울릉도 현지 횟집 3곳에서 나팔고둥 발견
멸종위기종 보관만 해도 최대 징역 3년
"혼획·유통 현황 전국적 전수조사해야"
멸종위기종 나팔고둥이 울릉도의 일부 횟집에서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멸종위기 1급이자 국가보호종인 나팔고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고둥류 생물로 허가 없이 보관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질 수 있다.
18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시민단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과 이은주 의원실은 지난달 28일 "울릉도 오징어 회 타운에서 나팔고둥이 판매되고 있다"는 시민 제보를 접수했다. 국시모는 지난 2일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울릉도 회 타운 횟집 3곳에서 나팔고둥이 판매되거나 보관되어 온 사실을 파악했다. 울릉도에서는 나팔고둥이 해방고둥으로 불리며 식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팔고둥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다. 바다의 해충으로 불리면서 해양생태계를 황폐화하는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거의 유일한 천적으로 알려져 있어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남해안 등에서 다수 발견됐지만, 식용과 관상 목적으로 무분별한 채취가 이뤄지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나팔고둥은 지난달 25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출연자가 수족관에 전시된 커다란 고둥을 들어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해당 생물이 나팔고둥이었던 것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멸종위기종이 어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현재 이 장면은 공식 예고편에서 사라진 상태다.
이처럼 나팔고둥 같은 멸종위기종을 유통하거나 보관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멸종위기 1급 생물을 가공·유통·보관·수출·수입·반출·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인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뿔소라, 피뿔고둥(참소라) 등 다른 고둥류를 어획하는 과정에서 나팔고둥이 함께 잡히거나 형태가 유사한 생물과 섞여 유통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나팔고둥의 껍질에 석회질 부착물이 많아 어민들도 소라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나팔고둥 보호를 위한 정부 합동 대책을 발표하고 "식용 고둥류와 혼획‧유통되는 일이 없도록 대국민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은주 의원실은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이후 일부 지역에서 홍보 활동만 진행했을 뿐 나팔고둥 혼획·유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국 단위 전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울릉도를 관할하는 대구지방환경청은 국민신문고에 관련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 13일 처음으로 울릉도 소재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환경부는 해수부와 함께 해양 국가보호종 보호 대책을 재점검하는 등 보호종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당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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