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이어 영등포 등 환전소 강절도 3건
中 동포 '은행' 서남권 환전소 특히 위험
"편의점 비상벨 등 즉각 대응 체계 필요"
"9년 동안 환전소를 운영했는데, 비슷한 절도 사건이 이렇게 끊이지 않는 건 처음이네요."
1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만난 A사설환전소 업주 김모씨는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 사설환전소가 몰려 있는 서울 서남권 일대에서 최근 강∙절도 사건 3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근심은 한층 커졌다. 김씨는 "이곳에 있는 환전소 99%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뚫릴 수 있어 유사 범죄가 또 일어날까 봐 매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사설환전소를 먹잇감 삼은 강·절도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평택시에서 8,000달러가 털렸을 때만 해도 일회성 사건이겠거니 했지만, 그달 31일과 3일 구로구와 영등포구에서도 환전상이 노상 강도를 당했고, 15일엔 영등포구 환전소에 침입한 범인이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179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인이 모두 타지키스탄, 중국 등 외국 국적인 것도 빼닮았다. 달러 등 외화를 대량 취급하는 반면, 방범시스템은 대체로 허술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범죄 특성상 불법체류자일 경우 추적이 어려운 데다, 명절 특수를 앞두고 모방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는 만큼 빠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범죄 '안성맞춤' 사설환전소
이날 취재진이 대림중앙시장 일대 사설환전소 밀집지역을 둘러보니 업주들은 하나같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10년째 환전소를 운영 중인 김광서(50)씨는 "마음만 먹으면 환전소 칸막이 문쯤은 뚫고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나흘 전 절도 사건이 발생한 환전소도 내부에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지만, 성인 남성이 물리력을 사용하면 침입이 가능했다. 손님과 직접 접촉을 막는 가림판조차 없는 환전소도 부지기수였다.
서울 서남권 환전소들은 범죄 노출 위험이 특히 크다. 이곳이 사실상 중국 동포들에게 은행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국내 은행과 달리 조선족 직원 등이 상주하고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송금 절차도 간편해 환전소를 선호한다. 사정을 잘 아는 범죄자들은 업주들이 피해 사실을 여간 해선 신고하지 못하는 점도 악용하고 있다. 4년 차 사설환전소 사장 박모씨는 "환전소 사장들은 돈의 출처나 거래내역 등이 밝혀지면 곤란해질 것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주로 여성이 업무를 하는 것 역시 범죄에 취약한 이유로 꼽힌다. 15일 환전소 특수강도 사건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이 운영해 환전소를 범행 대상으로 점찍었다"고 진술했다. 앞선 2건의 서남권 절도 피해자도 전부 여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강력 범죄는 범행 도중 신체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데 상대가 여성이면 제압하기 쉽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순찰은 미봉책... 방범 진단부터"
경찰은 다가오는 추석을 감안해 일단 환전소를 특별방범 대상에 포함시켜 순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계기 집중단속 정도로는 범죄를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유사 범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순찰 강화보다 범죄 특성과 수법 등을 분석하는 등 선제적 방범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을 본떠 환전소에 실시간 범죄대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편의점 강도가 급증했을 때 경찰과 직접 연결되는 비상벨 설치로 효과를 봤듯, 환전소에도 직통 방범체계 구비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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