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9쪽 분량의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 제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엔 "공적 폄훼 어려워"
가족회사 비상장주식 누락 "송구하다" 사과
이념 성향 묻는 질문엔 "원칙주의자" 자평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대법원 판결 관련 여권 비판이 제기된 것을 두고 "대법원 판결에 대해 과도한 비난을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후보자는 17일 국회에 제출한 939쪽 분량의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김 전 구청장이 대법원 판결 3개월 만에 사면된 것 관련 '대통령이 사법부 판결을 사실상 훼손한 것 아니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구청장은 올해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돼 구청장 직을 상실했지만,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김 전 구청장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자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 수긍하기 어렵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거나 "사법부의 흑역사"(박대출 정책위의장)라는 등 대법원 판단에 비판이 잇따랐다. 이날 국민의힘 경선에서 본인 궐위로 발생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로 선출된 김 전 구청장 역시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정치적 판결로 구청장직을 강제 박탈당했다"고 법원 판결을 비판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우선 "특정인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상 사면권 행사의 당부에 대해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최근 일부 정치인이 사면 대상이 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과도한 비난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첨언했다.
이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일부 현안에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국제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경향이 있었던 당시 실정을 고려할 때 이를 가지고 홍범도 장군이 세운 공적을 폄훼하기는 어렵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재산신고 누락에 대해선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송구하다"며 "경위를 불문하고 비록 결과적인 것일지라도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가가 운영하는 가족 회사의 10억 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
누락 사유에 대해선 "가계에 무심했던 터라 보유 사실을 한동안 잊고 지낸 점이 재산 신고를 누락하게 된 큰 원인"이라면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정한 절차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농지법 위반·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곤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법관의 부동산·주식 투자 관련 질의엔 "법관으로서 공정성과 청렴성에 지장을 주는 행위가 아닌 한 법관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이념 성향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적으로 보수나 진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굳이 따지자면 원칙주의자"라고 자평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9, 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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