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하천관리과장 등 5명
공원 물 튼 뒤 20일간 '깜빡'
요금폭탄 맞자 누수로 조작
경북 포항시의 하천 관리 공무원 5명이 공공시설 완공을 앞두고 시연 행사로 물을 틀었다가 잠그지 않아 요금으로 2,000만 원 넘는 수돗물을 낭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공무원들은 수도관이 파손돼 물이 샌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대범한 범행까지 저질렀다가 발각됐다.
20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2021년 10월 27일 포항시 A과장 등 5명은 남구 연일읍 생지리 형산강변에서 열린 ‘형산 신부조장터공원 및 뱃길복원사업’ 준공을 앞두고 경북도의원들이 점검 차 방문한다는 말에 수경 시설을 작동시켰다. 그리고는 행사 종료 후 수도 밸브를 깜빡하고 잠그지 않았다.
물은 20일 넘게 줄줄 흘렀다. 공무원들은 같은 해 11월 19일,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수도검침원으로부터 “계량기 숫자가 지나치게 많이 표시돼 고장이 의심 된다”는 말을 듣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낭비된 수돗물 요금은 2,000만 원이 넘었다.
A과장 등은 현장 사무실에서 경북문화관광공사, 시공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가져 혈세로 메꿀 궁리를 했다. 그러나 연말이라 부서 사업비가 거의 소진된 것을 알고는 시공업체 측에 일단 납부하도록 한 뒤 누수인 것처럼 속여 절반을 돌려 받기로 했다. 포항시 조례 제38조에 ‘누수로 요금이 많이 나왔을 때는 50%까지 감면한다’고 돼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포항시 공무원 5명은 B팀장 주도 아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각자 업무를 분담해 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포항시내 수도관 공사현장 한 곳을 사진으로 찍고는 요금 폭탄을 맞은 공원의 누수 보수 공사로 둔갑시켰다. 이어 행정시스템에 접속해 요금 감면 신청을 접수하고 조작한 증빙자료를 첨부했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내부 감사 등으로 들통이 났다. A과장 등 5명은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한 혐의(공전자기록등위작·위작공전자기록등 행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 김배현 판사는 지난 13일 허위 전자공문을 만든 B팀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과장 등 나머지 4명의 공무원에게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공전자기록을 위작한 범행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을 기획한 건 아니고, 금고 이상의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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