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태양광 발전 실증단지 영남대 가보니
식물에 필요한 빛 쓰고 남은 열로 발전에 써
수확량 71~111% 재배…식물 스트레스 감소

13일 찾은 경북 경산시 영남대 경산캠퍼스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태양광 발전 설비 아래 파가 자라고 있다. 경산=박지연 기자
13일 찾은 경북 경산시 영남대 경산캠퍼스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선 무성하게 자란 대파와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1,000㎡(약 300평) 규모의 대파 밭에는 3.5m 높이의 기둥 위로 여느 밭과 달리 조각 지붕이 간격을 맞춰 설치돼 있다. 작물이 햇빛을 받는 데 방해되지 않게 듬성듬성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것이다.
이날 한화큐셀이 마련한 영농형 태양광 미디어 데이에선 정재학 교수가 대파밭에서 기자들을 맞았다. 정 교수 연구팀은 영농형 태양광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표준화하기 위한 국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실증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드넓은 논밭 위로 떨어지던 비가 그치고 볕이 뜨거워졌다. 농작물 위로 드리운 그림자를 보자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첫째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야 하는데 모듈이 볕을 가리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식물에 빛을 계속 비춰 준다고 광합성을 끝없이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조량이 많아도 이 임계점을 넘으면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광포화점(光飽和點)에 이르는데 남는 태양 빛을 전력 생산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직접 모듈 아래로 들어가 고개를 젖히고 위를 보니 빛을 받는 패널은 기둥과 수직을 이루지 않고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해가 동(東)에서 서(西)로 움직이는 사이 작물과 패널이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모듈에 설치된 빗물받이가 필요 이상으로 내린 비를 모아 뒀다 가물 때 물을 준다.
작물 수확량, 기존 농지 대비 71~111%…"땡볕·폭우 막아줘"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은 비스듬히 기울어져 농작물이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한화큐셀 제공
둘째, 일반 농지와 비교해 모듈을 설치한 밭의 작물 수확량은 어떨까. 정 교수는 실증 결과를 근거로 "일반 농지와 비교해 71~111%가량 재배된다"며 "대파와 밀, 배추는 일반 농지 대비 80% 수준이고 포도는 약 125%로 많이 거뒀다"고 설명했다. 포도가 모듈 아래서 더 잘 자란 건 복사열로 인한 식물의 스트레스를 줄여 준 덕분이라고 한다. 2019년 한국동서발전의 실증 과제 기금으로 만든 이곳에서 연구팀은 여러 작물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비교한다. 파밭을 지나자 비슷한 규모의 논 위에서 벼가 영글고 있었다.
한화큐셀은 농가에서 추가 소득을 낼 수 있는 점을 영농형 태양광의 이점으로 꼽았다. 류재열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약 600평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달면 1년에 열두 가마를 수확할 수 있고, 발전을 통해 월 80만~90만 원씩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지는 줄고 농촌 인력은 노령화하면서 소득이 낮아졌으니 농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는 탄소를 줄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자랑했다.
한화큐셀에 따르면, 지난해 이 단지에선 총 130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이 만들어졌다. 국내 가정용 기준으로 연간 140여 명이 쓸 수 있는 양이며 연간 약 3,000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재는 여기서 만든 전기를 실증 단지와 영남대 캠퍼스 운영에 쓰고 있다. 설치 비용은 100킬로와트(kW) 기준 1억4,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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