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잠겼고, 타인 흔적·외부침입 정황 없어
이웃들 "경제적으로 힘들어 보이지 않았는데"
경찰 "수사로 사건 경위, 동기 명백히 밝힐 것"

17일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영암=김진영 기자
전남 영암 일가족 5명 사망 사건은 50대 가장이 가족 4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과 영암경찰서는 전날인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가장인 A(59)씨의 사인은 약독물사, A씨의 아내와 장애가 있는 20대 아들 3명은 흉기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결과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사흘 전인 15일 오후 3시 54분쯤 영암군 한 주택서 혈흔이 보인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안방에서 3구, 작은 방에서 2구의 시신이 나왔고, 독극물과 흉기 1점도 수거됐다. A씨가 독극물을 음독한 것인지는 추가 약독물 검사로 판명 날 전망이다. 출입문이 잠겨 있었고, 흉기에 제3자 흔적이 없으며, 외부 침입 정황이나 편지나 메모 형태의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미뤄 경찰은 가족 살해 후 극단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족(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 사건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한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00년부터 20년간 발생한 426건 가운데 37.1%의 범행 동기가 생활고였다. 이어 처지 비관(25.2%), 금전 문제(13.8%)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는 게 주민들 증언이다. 이웃 B씨는 “A씨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고향 집에 살았고, 네다섯 마지기(1,200~1,500평) 정도 되는 땅에 농사도 짓고 닭과 오리도 키웠다”며 “큰 부자도 아니었지만 특별히 쪼들리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C씨도 “평소 가정사를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아픈) 자녀들을 늘 먼저 챙겼다”고 전했다. A씨는 손재주가 좋아 마을 주민들의 고장 난 물건들을 수리하는 등 궂은일을 도맡았다고 한다. 주민 D씨도 “새마을지도자를 했을 정도로 활동적이었다”며 “장애 있는 자식들을 돌보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한 번 안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지난 4일 다른 마을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이번 사건 발생 이틀 전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조율해 내달 5일 조사받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한다. 경찰은 성범죄 사건에 대해선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사건 경위와 동기 등을 명백하게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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