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재보궐 앞둔 대구 한 술집에서
"의원, 종업원에 '성적 욕설'" 의혹 보도
1·2심 '공익 폭로' 비방 목적 부인했지만
대법 "허위를 충분히 인식했다면 유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인터뷰를 보도한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자 수사의 적절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언론의 취재 경위와 기사 작성 과정까지 살펴보는 것은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언론 보도의 허위성과 고의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냈던 2005년 '국정감사 뒷풀이 욕설 파문'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성격과 경위를 살펴보면, 이번 수사의 성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성영 술자리 욕설 사건이란
'국감 뒷풀이 욕설 파문' 사건은 2005년 9월 대구 동구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불거졌다. 대구지검·고검을 대상으로 한 국감이 끝난 뒤 국회의원들과 검사들이 뒷풀이 술자리를 가졌는데, 여기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여자 종업원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오마이뉴스 A기자는 의혹을 취재해 "주 의원이 여성 성기를 비유한 욕설을 해 상대방이 성적 모욕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한나라당은 "선거를 앞두고 왜곡·날조된 정치공작"이라고 이 사건을 규정했다.
수사 결과 ①의혹의 최초 제보자, ②해당 종업원에게 A기자와 인터뷰하도록 권유한 사람 등이 모두 열린우리당 관계자인 것으로 드러났고, 진위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A기자와 종업원의 실제 인터뷰에 '성기를 비유한 욕설'이나 '성적 모욕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없었던 점을 확인한 뒤 A기자를 기소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검사들의 술자리를 폭로한 만큼 공익이 인정된다"며 A 기자의 보도에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해 A기자는 결국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게 됐다. 검찰이 이번에 뉴스타파와 JTBC를 압수수색한 바로 그 조항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종업원이 인터뷰 당시 "욕설은 있었지만 성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말한 뒤 보도 이후에 A기자에게 항의 전화를 한 점 △A기자가 다른 참석자들에게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은 고도의 사실확인 작업과 노력이 보도 전 선행돼야 하지만, A 기자는 취재원을 직접 인터뷰하거나 전화로 통화한 내용을 사실 그대로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인을 대상으로 한 의혹 보도가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고 처벌한 대표적 사례"라면서 "김만배 인터뷰 의혹 사건과 이 사건 구조가 유사해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산케이 지국장 사건에선 인정 안돼
다만 국감 술자리 욕설 사건에서처럼 '비방할 목적'을 인정받기 위해선 '허위 보도를 위한 적극적 고의성'까지 입증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대법원은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판단해 왔지만, '국감 뒷풀이 욕설 파문' 사건 이후로는 "피해자의 명예를 현저하게 훼손할 수 있는 주된 부분이 허위임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보도했다면 비방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본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적에 대해 외설적 소문을 언급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포르쉐 자동차를 탄다고 말한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방송 모두 "비방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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