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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한복...전통을 이어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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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한복...전통을 이어 일상으로

입력
2023.09.17 15:11
수정
2023.09.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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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한복의 재창조, '한복을 꺼내다' 전
11월 5일까지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서

서울 종로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1층에 전시된 '영감의 여정' 전경. 한복 본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의 미감과 실용성을 더한 아홉 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아름지기 제공

서울 종로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1층에 전시된 '영감의 여정' 전경. 한복 본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의 미감과 실용성을 더한 아홉 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아름지기 제공

전통 한복도 일상복이 될 수 있을까. 특별한 날뿐 아니라 평범한 날에도 손이 가는 편안한 일상 한복 말이다.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도 언제든 옷장에서 쉽게 꺼내 입을 수 있는 일상 한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최근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선보인 기획 전시 '블러링 바운더리(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는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겠다. 아름지기는 지난 20년간 우리 의식주 각 분야의 전통 장인과 작가들과 협업한 결과물을 매년 기획 전시 형태로 선보여 왔는데, 올해는 '한복'이 주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입고 싶어 하는 한복'을 주제로 삼은 이번 전시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김이 참여했다. 의류 브랜드 '도사(DOSA)'를 이끄는 그는 인공 재료를 배제한 천연 누에로 생산한 비단이나 면을 사용하고, 세계 각지의 수공예 기술을 배우고 재해석해 의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도 한복 본래의 미감과 비례를 찾는 데서 작업을 시작했으며, 제작에 앞서 인공 색상을 배제하고 자연 염색 색상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여했다고 한다.

추워진 날씨에 하얗게 낀 서리를 표현한 작품. 전체적으로 같은 하얀색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20여 가지 각기 다른 옷감을 사용한 한복이다. 아름지기 제공

추워진 날씨에 하얗게 낀 서리를 표현한 작품. 전체적으로 같은 하얀색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20여 가지 각기 다른 옷감을 사용한 한복이다. 아름지기 제공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한복의 아름다움에 현대의 미감과 실용성을 더한 자리다. 김 작가는 지난 1년간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옷공방의 도움을 받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디자인 방향성을 찾았고, 온지음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집약한 한복 제작 기술을 공유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영감의 여정' '옷 만드는 이야기' '지속 가능한 삶의 예술' '한국의 색 다시보기' 등 4개 구성으로 전시됐다.

김 작가의 작업을 집대성한 '영감의 여정'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겹쳐 입었을 때 한층 풍성해지는 한복의 선에 주목해 여러 겹 겹쳐 입는 방식을 제안하거나 속옷으로 입었던 단속곳이나 너른바지, 가슴띠 등을 겉옷으로 변형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선보였다. 원형의 비례와 미감은 간직한 채 일상 속에서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리얼웨어 한복'이다. 김 작가의 브랜드에서 제작한 '은지 치마'와 온지음 옷공방에서 제작한 '무지기 치마'가 결합된 설치 작품에선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감각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오리온 별자리를 수놓은 치마가 돋보이는 작품. 가슴에서 하의가 시작되는 전통한복과 달리 허리춤에서 매듭과 리본을 둘러 착용한다. 아름지기 제공

오리온 별자리를 수놓은 치마가 돋보이는 작품. 가슴에서 하의가 시작되는 전통한복과 달리 허리춤에서 매듭과 리본을 둘러 착용한다. 아름지기 제공

'기억의 방', '옷 만드는 이야기'는 한복 현대화의 실마리와 변천사를 보여준다. 조선 후기부터 1960년대까지 어깨선의 경사도나 등의 길이에 변화를 준 저고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한복 작품의 단추를 제작한 도예가 이인진의 도자기와 1950~1960년대 한국의 도시 풍경을 담은 한영수 작가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전시의 재미다.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은 전통과 현대적 옷감, 고유의 선과 우리 정서가 담긴 색을 지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이번 전시에 대해 "우리의 전통 한복이 21세기에도 꾸준히 일상의 옷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한복이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진화하는 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관람료는 1만 원이다.

'한복을 꺼내다' 전시 포스터. 아름지기 제공

'한복을 꺼내다' 전시 포스터. 아름지기 제공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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