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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 1위' 타이틀리스트·'중국 대박' MLB·'유모차계 벤츠' 스토케의 국적 아시나요

입력
2023.09.20 11:00
수정
2023.09.20 16: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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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홀딩스가 인수한 미국 골프용품 회사 아쿠쉬네트의 대표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의 골프볼. PRO V1과 PRO V1x가 유명하다. 아쿠쉬네트 제공

휠라홀딩스가 인수한 미국 골프용품 회사 아쿠쉬네트의 대표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의 골프볼. PRO V1과 PRO V1x가 유명하다. 아쿠쉬네트 제공


지난해(2022년) 휠라홀딩스는 연결 기준 매출 4조2,218억 원을 달성해 패션업계 '4조 클럽'에 입성했다. 그런데 4조 매출의 일등 공신은 지주사 이름이기도 한 휠라가 아닌 바로 미국의 골프용품 회사 아쿠쉬네트다. 이 회사의 대표 자회사는 골프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골프공으로도 유명한 타이틀리스트. 지난해 엔데믹으로 북미 골프장 이용률이 늘어나면서 아쿠쉬네트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2조9,332억 원을 기록했다. 휠라 부문 매출 1조2,886억 원과 비교하면 휠라홀딩스가 번 돈의 3분의 2는 아쿠쉬네트가 올린 셈이다.

아쿠쉬네트는 2011년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 컨소시엄의 품에 안겼고 지금은 휠라홀딩스가 모든 지분을 갖고 있다. 이처럼 아쿠쉬네트가 휠라홀딩스의 핵심 사업 부문이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아쿠쉬네트 인수 당시 크게 화제가 되긴 했다"면서 "하지만 미국 골프선수들이 타이틀리스트 옷을 입고 대회에 나가고 본사도 미국에 있어 아쿠쉬네트가 휠라홀딩스의 자회사라는 사실이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12년 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인 휠라 역시 2003년 휠라의 한국 지사이던 휠라코리아가 유럽 매출이 부진하던 휠라 본사를 인수한 사례다. 휠라는 현재 한국과 미국, 말레이시아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스포츠 브랜드로 탈바꿈한 지 50주년을 맞아 휠라는 지난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브랜드 재정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모차계의 벤츠 스토케, '귀화' 10년째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의 대표 상품인 익스플로리 엑스. 스토케코리아 제공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의 대표 상품인 익스플로리 엑스. 스토케코리아 제공


'유모차계의 벤츠'라 불리는 노르웨이 브랜드 스토케도 '귀화' 한 지 10년째다. 스토케는 1932년 노르웨이에서 만들어진 가구 브랜드로 2014년 게임회사 넥슨의 벨기에 법인인 NXMH가 약 5,000억 원에 사들였다. 스토케의 대표 제품 익스플로리 유모차는 한 대 가격이 200만 원에 육박하는데도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2021년) 대비 43% 증가한 231억1,8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스토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체 매출도 약 4,000억 원(31억5,300만 크로네)에 달해 전년 대비 35.6% 성장했다.

스토케는 최근 노르웨이 브랜드가 아닌, 유러피안 프리미엄 육아용품 전문 기업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스토케는 △덴마크 하이체어 브랜드 에보무브 △독일 아기띠 브랜드 리마스 △이탈리아 멀티 액티비티 플레이 테이블 제작사 무카코 △프랑스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베이비젠 등 4개 회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스토케코리아 관계자는 "넥슨은 스토케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 노르웨이에 본사를 두고 이곳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며 "유모차, 하이체어, 가구 등 스토케의 모든 제품은 유럽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유러피안 브랜드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 기업 최초, 중국에서 1조원어치 판 MLB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MLB 매장 700호점. F&F 제공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MLB 매장 700호점. F&F 제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유명 구단인 뉴욕양키스, LA다저스의 로고가 새겨진 볼캡, 미국의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디스커버리(DISCOVERY)의 로고가 박힌 패딩 등 글로벌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한 패션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도 미국이 아닌 한국 패션 기업 F&F가 운영하고 있다.

F&F의 핵심은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MLB. 중국에 2020년 진출한 후 지금까지 약 900개의 점포를 열었고 지난해 중국에서 MLB의 소비자 판매액이 1조 원을 넘겼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패션 기업이 단일 브랜드로 해외 판매액 1조 원을 넘긴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F&F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6.08% 오른 1조8,089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MLB는 기존에 있던 미국 패션 브랜드가 아닌, F&F가 1999년 세계 최초로 미국 MLB 측으로부터 의류 라이선스 사업권을 획득해 만든 것이다. 디스커버리도 같은 방식으로, MLB와 디스커버리 모두 F&F가 제품을 자체 개발해 판매한다. 아쿠쉬네트나 스토케가 해외 본사를 그대로 두고 제품 생산에는 국내 모 회사가 관여하지 않는 것과는 정반대다.

F&F 관계자는 "MLB가 커다란 로고를 활용해 프린팅된 제품이 많고 색도 화려해 중국인의 패션 취향과 맞아떨어지는데 품질까지 우수해 큰 인기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며 "MLB 홍보에 있어서 미국이나 한국 등 국적을 강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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