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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만든 디저트 시장... 역대급 강자 '탕후루'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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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만든 디저트 시장... 역대급 강자 '탕후루' 다음은?

입력
2023.09.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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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아이스크림, 추로스, 대만 카스텔라
반짝 유행했지만 식문화 정착하지 못해
탕후루 롱런 조짐, 양적 팽창 우려도 나와
"양 늘리는 게 디저트 문화 본질은 아냐"

지난 4월 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서울디저트페어' 한 부스에서 판매용 탕후루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서울디저트페어' 한 부스에서 판매용 탕후루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전통 간식에서 유래한 '탕후루'(糖葫蘆·설탕 호리병박)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탕후루는 귤, 거봉, 딸기, 샤인머스캣 등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디저트다. 나아가 마카롱과 오이 등 색다른 재료를 물엿에 굳힌 이색 탕후루가 나왔고, 하이볼이나 빙수에 탕후루를 더해 다양화도 시도하고 있다. 탕후루를 즐겨 먹는 1020세대에서는 ‘식후탕’(식사 후 탕후루의 준말), ‘마라탕후루’(마라탕을 먹고 나서 탕후루를 먹는 외식 코스) 같은 관련 신조어도 등장했다.

국내 디저트계 역사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새로 쓰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전국의 맛집과 먹거리 정보를 시시각각 공유하기 시작했다. 특히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 위주로 유행하는 디저트를 찾아다니는 문화도 활성화됐다. 2013년 벌집 아이스크림을 시작으로 추로스, 대만 카스텔라 등 다양한 디저트들이 시장을 휩쓸었다. 그런데 탕후루 열풍 이전, 전국을 뒤흔든 인기 디저트들은 어쩌다 사라졌을까.

2013~2022년: 벌집부터 카스텔라까지

2014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9층 식당가에 매장을 오픈했던 벌집 아이스크림의 원조 브랜드 격인 '소프트리' 제품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2014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9층 식당가에 매장을 오픈했던 벌집 아이스크림의 원조 브랜드 격인 '소프트리' 제품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디저트 열풍의 초기 주자로는 2013년 등장한 벌집 아이스크림이 꼽힌다. 기존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꿀이 듬뿍 들어 있는 벌집 조각이 올라간 디저트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단맛이 강하면서도 이색 재료인 천연 벌꿀·벌집을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벌집의 일부인 소초 성분이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영향으로 벌집 아이스크림은 유행한 지 1년도 안 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15년 갤러리아 식품관에 입점한 추로스 매장 '츄로101'. 츄로101 제공

2015년 갤러리아 식품관에 입점한 추로스 매장 '츄로101'. 츄로101 제공

이듬해인 2014년에는 스페인에서 건너온 계핏가루에 굴린 길쭉한 튀김빵인 추로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추로스는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크림 등을 넣어 촉촉한 일명 '겉바속촉'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서울 강남 일대, 신촌 대학가 등 주요 상권 곳곳에 츄로스토리, 츄로하임, 스트릿츄러스 등 추로스 판매 가맹점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하지만 추로스 인기는 1년이 채 안 돼 금세 사그라졌다. 새로운 맛을 좇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변화에 뒤처지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016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대만 ‘락 카스테라’ 팝업 스토어가 운영돼 인기를 얻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제공

2016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대만 ‘락 카스테라’ 팝업 스토어가 운영돼 인기를 얻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제공

2016년에는 일본과 대만에서 들여온 도지마롤과 대왕 카스텔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뿐 아니라 압도적인 크기와 형태에 줄을 서서 빵을 사갔다. 하지만 이들의 수명도 각각 1년을 채 가지 못했다. 특히 대만 카스텔라는 업체들이 제조 과정에서 버터 대신 많은 양의 식용유를 사용했고, 신선 달걀이 아닌 액상 달걀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식용유 범벅 카스테라'라는 오명을 쓰면서 디저트 시장에서 퇴출됐다.

국내에 상륙한 외국 디저트들의 공통점은 우리 식문화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쌀가루가 기본인 한식 특성상 ‘식사 후 입가심’ 개념의 디저트 종류가 많지는 않다”며 “그러다보니 해외의 다양한 디저트들이 차례로 주목받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디저트 열풍은 새로운 맛을 짧게 소비하는 것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갖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양적 소비 팽창하는 탕후루 시대

유튜브 쇼츠 플랫폼에는 탕후루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 다수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쇼츠 플랫폼에는 탕후루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 다수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탕후루는 반짝 유행을 넘어 ‘롱런’할까. 조짐은 좋다. 400개 점포를 돌파한 ‘왕가탕후루’를 비롯해 ‘황후탕후루’ ‘판다탕후루’ 등 관련 매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탕후루 매장에서 판매하는 탕후루 종류가 적고, 가격도 개당 3,000원가량으로 싸지 않은 데다, 탕후루를 먹고 난 뒤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 등이 문제로 지적되는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여전히 높다. 가격과 환경을 고려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탕후루 만드는 법 등의 온라인 콘텐츠까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탕후루는 열풍에 힘입어 무한 확장 중이다. 유튜브에선 유명 매장에서 파는 탕후루를 종류별로 모두 먹어보는 '탕후루 도장 깨기’ 리뷰 콘텐츠가 대세다. 일상에서는 '탕최몇?'(탕후루 최대 몇 개 가능?)이라는 질문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케이크와 빙수 등 다른 디저트에 더해지면서 단맛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4일 대동제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부스에서 한 학생이 탕후루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4일 대동제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부스에서 한 학생이 탕후루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적은 양으로 맛을 향유하는 디저트의 본질을 넘어 양적 소비 수준이 과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평론가는 “국내 디저트 문화는 음식을 처음 경험한 후 이를 해석·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양을 늘리는 방식을 쓰곤 했다”며 "하지만 양을 늘리는 것이 디저트 문화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이탈리아 쿠키류인 마카롱이 유행하고 일반 마카롱보다 크기와 크림 양이 훨씬 큰 ‘뚱카롱’(뚱뚱한 마카롱의 준말)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것이나, 달고나 유행이 지속되자 초대형 달고나 만들기가 새 트렌드로 떠올랐던 게 대표적이다.

다른 디저트들처럼 탕후루 열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어린 세대의 당류 과다 섭취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은 "소아비만의 외부 요인으로 중 하나가 탕후루를 즐기는 10대 아이들의 놀이문화"라고 꼽는다. 황교익 음식평론가도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탕후루 열풍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당에 대한 경계심이 무너졌기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현상 중 하나”라며 “당에 대한 경각심 붕괴가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을 크게 망쳤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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