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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짠' 김밥, '덜 단' 요구르트? 저염·저당 음식의 세계

입력
2023.09.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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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 개정 전망
나트륨은 김밥, 주먹밥, 냉동밥, 만두 추가
당류는 가공유, 발효유, 농후발효유 신설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CU 매장에 다양한 간편식들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CU 매장에 다양한 간편식들이 진열돼 있다. 뉴스1

편의점에 왔습니다. 만약 눈앞에 '덜 짠' 김밥이, 혹은 '덜 달달한' 요구르트가 있다면 어떨까요. 건강상 이유로 나트륨이나 당류 섭취를 제한해야 하거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 평소 싱겁게 먹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겁니다. 아직은 이런 김밥이나 요구르트를 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 확대 예정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이 조만간 개정될 예정입니다. 식약처는 나트륨 저감 표시 대상을 확대하고 가공유, 발효유 등 당류 저감 표시 대상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달 25일 행정예고했습니다.

이달 14일까지였던 의견 수렴 기간에 특별한 의견이 개진되지 않았다면 행정예고한 대로 김밥, 주먹밥, 냉동밥, 만두에 '덜 짠' 또는 '나트륨 줄인' 식의 표기가 가능해집니다. OO맛 우유나 요구르트 등에는 '덜 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간편식을 많이 먹는 소비문화를 고려했을 때 냉동밥(냉동볶음밥 등)이나 김밥, 유제품 등에 나트륨과 당이 적게 들어간다면 전반적인 나트륨, 당 섭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덜 짠, 덜 단 등의 표시를 하려면 나트륨과 당류 함유량을 평균값 대비 10% 이상 또는 자사 유사제품 대비 25% 이상 줄여야 합니다. 이미 표시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삼각김밥의 경우 나트륨 평균값이 384㎎인데, 덜 짠 삼각김밥이라고 표기하려면 345.6㎎ 이하로 낮추는 겁니다. 그러니 실제 나트륨, 당 섭취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정부는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을 2021년 12월 처음 제정했는데, 당시에는 유탕면만 적용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물론 표시기준이 없더라도 업체가 자발적으로 나트륨이나 당류를 줄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지만 그걸 표기하지 못하니 굳이 그리 할 필요성이 없었던 셈이죠.

표시기준은 지난해 6월 한 번 개정됐는데, 삼각김밥과 즉석조리식품 중 국, 탕, 찌개, 전골 제품이 추가돼 당류를 줄이기 적합한 제품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가공유와 발효유, 농후발효유가 포함돼 처음으로 당을 줄인 제품이 나올 전망입니다.

나트륨·가공식품 통한 당류 섭취 저감 목표

잠시 출시됐던 '나트륨 줄인' 삼각김밥은 겉 포장에 '나트륨 다운'이라고 표기돼 있다. 현재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잠시 출시됐던 '나트륨 줄인' 삼각김밥은 겉 포장에 '나트륨 다운'이라고 표기돼 있다. 현재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약처가 저당, 저나트륨 표기 제품을 확대하려는 것은 '나트륨・당류 저감화 종합계획'의 일환입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일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80㎎인데 식약처는 이를 25년까지 3,000㎎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고작 80㎎을 줄인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10년 동안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많이 줄었든 터라 80㎎도 의미는 있습니다. 2012년 한국인의 일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무려 4,583㎎이었습니다. 2016년에 3,669mg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3,220㎎으로 더 낮아졌죠.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줄여보자는 겁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2,000㎎ 이하 나트륨 섭취를 권장하는데, 이걸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

당류는 가공식품을 통한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류는 과일이나 우유 등 다양한 음식으로 섭취가 가능한데, 가공식품에서 섭취하는 당류는 우리 몸에 썩 이롭지 않기 때문에 제한할 필요성이 있어요. WHO도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당류를 일일 열량의 10% 이내로 유지하라고 권고합니다.

1일 총열량이 2,000㎉라면 10%는 200㎉입니다. 가공식품 당류 섭취량을 10% 이내로 관리한다고 했을 때 이를 무게로 계산해 보면 50g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3g짜리 각설탕을 17개 정도 먹는 수준이죠. 물론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1일 총열량이 다르니 당류 기준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국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가 최근 10년 동안 10%를 넘긴 적은 없어요. 평균적으로 WHO 권고치 이하인 거죠. 1일 총열량을 1,837㎉로 계산했을 때 2012년에는 44.7g을 섭취해 일일 열량의 8.6%였습니다. 2016년 45g(9.3%), 2020년 35.4g(7.6%), 2021년 34.6g(7.5%)으로 점차 줄었고요.

어린이‧청소년 당 섭취, WHO 권고치 초과

한국인 일일 나트륨 및 당류 섭취량 변화.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인 일일 나트륨 및 당류 섭취량 변화. 그래픽=신동준 기자

평균은 이래도 가공식품 섭취가 적은 영유아와 고령층을 고려하면 어느 연령층에서는 평균치 이상의 당류를 섭취합니다. 식약처가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청소년은 3명 중 1명 이상이 WHO의 하루 권고기준을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6~11세 어린이의 가공식품 당류 섭취율은 남자는 8.8%, 여자는 10.4%로 조사됐어요. 12~18세 청소년은 남자가 8.2%, 여자가 11.2%라 여자는 두 연령대 모두에서 WHO 권고치를 초과했어요. 그러니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나트륨 저감 표시가 된 제품을 시중에서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표시기준을 적용할 만한 대상군이 적었던 데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일부 업체들이 이미 저감 상품을 만들어 놓고 표시기준 적용 대상이 확대되기만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표시기준이 개정되면 이른 시일 내 덜 짜고 덜 단 상품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식약처는 앞으로도 표시기준 대상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에요. '나트륨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간장 등 장류에도 적용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나트륨 및 당류 저감 효과, 업계 수용 가능성 등을 검토해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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