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빈 건물서 전시… 자연의 공생, '희망' 표현
예술과 도시농업의 결합, 도심 공동화 해소 기대

윌리엄 대럴, The Pollinators(꽃가루 매개체), 2023, 슬리퍼스써밋 제공
보라색 꽃, 노란 꿀벌, 금빛 나비. 컨베이어벨트에 달린 이들이 천천히 오르내린다. 사람 평균 키 높이의 스테인리스 막대를 세우고 아래위에 도르래를 달아 연결했다. 뫼비우스의 띠 같다.
기괴하다. 그러나 눈길이 간다. 파스텔 톤 색감도 매력 있다. 뭔가 숨은 계산이 있지 않을까. 공생 관계로 얽힌 자연의 질서, 그 '희망'에 방점을 찍은 게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윌리엄 대럴(34)의 키네틱아트(움직이는 예술작품), ‘The Pollinators’ (꽃가루 매개체) 얘기다. 서울 중구 명동6길30, 대부분 비어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에서 8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 ‘Re: Store - 기곡제(祈穀祭)’에는 대럴, 마시밀리아노 모로, 박수이 등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해외 청년작가 4명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설치작품 18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예술로 도심의 빈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하고 있다. 창가에 있는 대럴의 작품에 관심을 표시하는 행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 농업기업인 넥스트온은 이번 전시의 설계자 격. 이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임차인들이 빠져나간 건물을 빌려 실내 딸기농장을 만들었고, 런던과 뉴욕에서 활동 중인 김승민 큐레이터에게 의뢰해 ‘풍년을 기원한다’는 의미의 이번 전시를 유치했다.
이 전시는 ‘아트페어’(미술시장) 프리즈 서울 2023’ 기간이었던 지난 8, 9일 예고 전시를 했다. 당분간 사전 예약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11월 25일 건물 리모델링이 끝나는 대로 본격 개관한다. 이 공간은 현지에서 생산한 딸기는 물론 딸기를 재료로 한 다과, 커피 등을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특히 전시작을 내놓은 청년작가들이 수준급이란 점에서 예술과 도시농업의 결합이 도심 공동화 현상 해소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대럴의 조각과 키네틱아트는 지난 2022년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 샹젤리제 매장에 전시됐다. 루이뷔통 측은 해양생물 등 수족관을 표현한 그의 작품을 애니메이션화해 쇼윈도에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런던에서 활동 중인 쌔미리(35)도 지난 2021년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 전시한 이력이 있다. 그는 미술관 입구의 원형지붕 천장에 새들의 비행을 실제와 같이 상황과 날씨에 따라 바뀌도록 묘사한 미디어아트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설치작 ‘하드웨어 시리즈’는 크롬 도금을 한 유목을, 실내 딸기농장을 배경으로 천장에 달아 주변의 레이저 조명과 어우러지게 했다. 뉴질랜드 연안에서 떠다니던 나무를 옮겨온 것으로 구름을 연상케도 한다. 자연의 질서와 조화, 이주의 정서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전시는 내년 6월까지.

쌔미리, Hardwear Series, 2023. 슬리퍼스써밋 제공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윌리엄 대럴의 해양생물 등을 표현한 수족관 조각과 키네틱아트(움직이는 예술작품)가 2022년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 샹젤리제 매장 쇼윈도에 애니메이션으로 전시된 모습.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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