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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시험 중 화장실 허하라"... 인권위 권고 거절한 산업인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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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시험 중 화장실 허하라"... 인권위 권고 거절한 산업인력공단

입력
2023.09.14 14:59
수정
2023.09.14 16: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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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가전문자격시험 도중 응시자가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요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인권위는 응시자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시험시간에 관계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조치할 것을 권고했으나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권고를 불수용했다고 14일 밝혔다. 인권위는 "공단 이사장이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권고 이행계획을 통지하지 않았다"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사건 진정인 A씨는 2021년 공인중개사 국가전문자격시험에 응시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오전 9시30분부터 11시10분까지 100분간 1교시 시험을 치른 뒤, 오후에 2교시(오후1시~2시40분) 100분, 3교시(오후3시30분~4시20분) 50분 동안 총 5과목의 필기시험을 진행한다.

문제는 10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응시자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공단 측 시험관리 규정에서 비롯됐다. A씨는 1교시 도중 생리현상 욕구를 억누르다가, 감독관에게 말도 못하고 결국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에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2월 "시험 중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공단에 시정을 권고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이유는 일견 납득되지만, 배탈 등 예상치 못한 긴급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화장실 이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산업인력공단 측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공단 이사장은 "화장실 이용에 대한 설문조사 등 수험자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주요 국가시험 중 화장실 이용이 제한되는 것은 국가직 9급과 공인중개사 시험뿐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변호사시험, 공인회계사시험, 토익시험 등은 감독관 동행 및 금속탐지기 수색 등을 거쳐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 국가직 5급 시험도 올해부터 화장실 이용 제한이 해제됐다.

인권위는 "다수가 응시하고 부정행위 방지 등 엄격한 시험관리가 요구되는 수능 시험도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배뇨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생리 욕구인 만큼, 화장실에 가는 행위는 행동자유권의 보호대상이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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