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성차별 채용' 혐의 무죄 확정

법원 "성차별 채용 있었던 건 사실"
"은행장 지시까지는 입증 안 돼"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연합뉴스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를 우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김 전 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은 있었지만, 은행장의 지시나 공모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김 전 행장은 2013년 하나은행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채용 성비를 4대 1로 정해놓고 서류전형 단계에서 남성 지원자들을 우대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 당시 신입사원으로 선발된 123명 중 남성 인원은 104명으로 여성보다 월등히 많았다.

1·2심은 모두 하나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이유 없이 여성 치원자를 차별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당시 채용 과정을 주도한 인사 담당자들은 별도로 기소돼 3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그러나 김 전 행장을 채용 차별의 공범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남성 위주 채용안이 은행장에게 보고됐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차별 채용은 하나은행 내부 지침에 따른 관행 탓이고 김 전 행장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역시 "김 전 행장은 공채 전 채용 예상 인원 정도만 보고받아 승인했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이같은 판단이 맞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