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권력형 성범죄 특수성 반영 안돼"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해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범죄 피해자에게5,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과가 최근 몇 년 사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권력형 성범죄'로 인한 피해 배상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부산지법 민사9부(부장 신형철)는 피해자 A씨가 “오 전 시장의 범행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30억 원을 배상하라”고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0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은 A씨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러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배상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범행 경위, 횟수, 내용 및 죄질, 형사재판 진행 경과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행위 후의 정황, 범행 당시 오 전 시장과 A씨의 지위 및 연령, 불법행위로 인해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30억 원 배상을 요구했던 피해자 측은 이날 법원이 내놓은 배상 수준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변호인은 “지급 금액이 일반적 관련 사건의 평균 수준”이라며 “권력형 성범죄라는 특수성이 있는데 그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은 피해자와 의논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판결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정치인의 권력형 성범죄 피해 배상 사건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관련 손해배상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달 열린 재판에서 안 전 지사 측은 “성폭행 형사재판 유죄 결과는 증거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배상 책임을 부정했다. 또 피해자 김지은씨 측이 1차 가해와 2차 가해를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안 전 지사 측은 "1차 가해는(권력형 성폭력이 아니고) 직무상 관련이 없었던 사건"이라며 "2차 가해 역시 퇴직 이후에 발생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오 전 시장은 2020년 4월 직원 A씨를 시장 집무실에서 추행하고 A씨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를 받은 뒤 지난해 2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고,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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