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에이블게이머즈와 협약 체결
VR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에 옵션 도입
엔씨·넥슨 등도 게임에 '접근성' 반영
스마일게이트가 8월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한 VR 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스마일게이트 제공
8월 29일 전 세계에 출시된 스마일게이트의 가상현실(VR) 1인칭 슈팅 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VR 컨트롤러(조종기)를 활용해 실제 총을 잡는 자세를 취하고 탄창을 재장전하는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게임이다. 몰입감은 높지만 팔과 손을 자유롭게 쓰기 힘든 게이머들에겐 접근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개발팀은 스마일게이트 D&I(다양성 & 포용성)실과 논의한 끝에 ①양손잡이와 왼손잡이 이용자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손' 설정 기능을 추가하고 ②컨트롤러의 손목 각도나 컨트롤 방식을 이용자 개인의 여건에 맞게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총 13개의 옵션을 제공했다. 또 게임 중 대사를 확인하기 편하도록 ③목소리별 볼륨 조절 기능을 추가하고 자막을 넣어 화자의 표시를 구별하기도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계에서 '게임 접근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시각·청각·행동 등에 상대적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 게이머들도 게임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스마일게이트는 최근 비영리단체 '에이블게이머즈'와 장애인 접근성 인식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단체는 장애인 게이머의 게임 접근성을 높이고 게임을 통해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자 지원 활동을 벌이는 자선 단체다.
협약에 따르면 에이블게이머즈는 스마일게이트 접근성 교육 과정 개발을 위한 자문을 제공하고 에이블게이머즈가 게임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인 'APX(Accessible Player Experience) 디자인 패턴'의 한국어 번역에 지원을 받게 된다. 에이블게이머즈의 마크 발렛 창립자는 "양사의 협약은 장애에 구애 없이 누구나 즐기고 싶은 게임을 즐기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역사적 기회"라며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고려된 게임들이 더 많이 출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접근성 전담 조직·가이드라인 마련... 출시된 게임에 접근성 기능 추가도
백민정(왼쪽) 스마일게이트 CDIO(다양성·포용성 최고책임자)와 마크 발렛 에이블게이머즈 창립자가 11일 온라인으로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과거 국내 게임사들은 주로 색약 게이머들을 위한 편의성 옵션을 제공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업 차원에서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①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국내 게임사로서는 최초로 C-레벨 산하 D&I실을 개설하고 게이머들이 국경·연령·장애 등에 제약 없이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게임 개발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②엔씨소프트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접근성 옵션 개발 가이드'를 마련해 사내 개발팀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는 접근성 옵션 세부 항목의 구현 방향성과 방법, 세부 내용과 사례 등을 줘서 게임 내 이용 장벽이 없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했다. ③카카오게임즈는 아름다운재단·국립재활원 등과 함께 지체·뇌병변 장애인에게 맞춤형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게임에도 노력이 반영되고 있다. ④5월 진행된 엔씨소프트 '쓰론 앤 리버티'의 베타테스트판에 색약 보정과 광과민성 증후군 보호 모드 등이 담겼다. ⑤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도 색약을 겪는 이용자들을 위해 색상을 조절하고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위해 버튼을 연속으로 눌러야 하는 부분을 꾹 누르고만 있으면 되도록 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게임 접근성 의제는 글로벌 시장에선 서구권 게임사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표준이 된 상태다.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하는 당위도 있지만 잠재 고객을 늘린다는 의미도 있다. 에이블게이머즈의 발렛 창립자는 지난해 11월 부산 지스타와 함께 열린 국제 게임 콘퍼런스 'G-CON' 강연에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면 장애를 가진 전 세계 18억5,000만 명이 잠재 고객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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