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례적 의총 열어 검찰 맹비난
"검찰의 아가리에 절대 내줄 수 없다"
체포동의안 가·부결은 여전히 '불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이 대표와 대척점에 있던 인사들이 단식장을 찾고 있는 데다 이 대표가 사흘 만에 검찰의 재소환에 응하면서 비판의 화살이 온통 검찰을 향하면서다. 다만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내 결속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재명 검찰조사 앞서 이례적 의원총회
민주당은 12일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직전 국회에서 '정치검찰의 야당탄압 등 현안 대응'을 주제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검찰 조사와 관련해 의총을 연 것은 처음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1년 반을 끌고 있다"며 "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많은 의원들이 검찰의 행태에 대해 진실로 문제가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언론 보도로 확인된 이 대표 관련 압수수색만 376회인데, 지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의 압수수색 횟수(46회)의 8배에 달한다"며 "60여 명의 검사를 투입해 샅샅이 털었지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식 중인 야당 대표를 추가 소환한 것은 망신주기를 넘어 잔혹하고 악랄한 '윤석열 정치검사'의 사법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단식도 아랑곳 않고 조사받으라는 검찰에 참을 수 없는 역겨움과 분노를 느낀다"며 "절대로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회재 의원도 "독재 검찰공화국을 끊어내기 위해서 다른 어느 때보다 단결해서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언급은 없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며 "적극 소명으로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소를 전제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 법률위원회는 이날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인사들도 단식장을 찾아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0일 이 대표에게 "동지들도 많이 걱정하니까 걱정을 좀 덜어 달라”며 단식을 만류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전날 이 대표를 찾아 "단식을 중단하면 회복식을 만들어 드릴 테니 그만해 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와 전당대회 출마 등을 반대하며 이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체포동의안 둘러싼 친명·비명 온도차 여전
다만 이 같은 결속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전략을 두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분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명계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하며 비명계를 압박하고 있다. 친명계 정청래 의원이 이날 KBS 라디오에서 부결을 전망하면서 "최악의 경우 만약에 가결된다면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의 정치적인 말로가 어떻게 됐는지 한번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만약 저희가 부결시킨다면 '방탄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만약 부결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친명계와 온도차를 보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