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보유 바이오 회사 비상장 주식 쟁점
법원 "회사가 감사원 감사대상... 직무연관성"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배우자 소유의 비상장주식을 매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졌다. 법원은 현직 공직자가 재임 중 자기 재산의 관리·처분을 제3자에게 맡기도록 한 백지신탁 제도가 위헌이라는 유 사무총장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12일 유 사무총장이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직무 관련성 인정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배우자가 주식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 유 사무총장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가 소송의 핵심이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가족이 보유한 주식을 신고하며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다. 심사위원회는 유 사무총장 부인이 신고한 19억 원대 주식 중 비상장 바이오 기업 주식(약 8억2,000만 원)에 대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이를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유 사무총장은 "개인 재산권을 과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백지신탁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의 발행 기업은 감사원의 선택적 회계감사 대상으로, 사무총장 업무 범위에 비춰볼 때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의 사적·공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개인의 양심에 맡길 게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심사위원회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유 사무총장 주장도 배척했다.
유 사무총장은 본안 소송과 함께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입법 목적과 제한의 수단 등을 고려하면 백지신탁으로 확보되는 공익이 사익 침해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다른 고위공직자들의 백지신탁 불복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시 건설사 사내이사인 배우자가 보유한 46억 원대 회사 주식을 매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 지난달 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선고 후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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