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유치액, 전년 대비 급감
스타트업 투자 감소→엔비디아 독주 심화 불러
지난해 말 시작된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를 훈련시켜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사용되는 AI 반도체 시장의 약 90%를 점하고 있는 업체다. 챗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의 GPU는 돈을 싸들고 찾아가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이에 힘입어 엔비디아는 5월 반도체 기업 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만 주가가 210% 이상 수직 상승한 덕이다.
이처럼 엔비디아가 날개를 달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엔비디아를 뒤쫓는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오히려 투자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성 AI의 붐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식 구조만 더 강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벤처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총 투자액은 8,140만 달러(1,078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3분기(1~9월) 유치한 투자금이 약 17억9,0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차이가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으로 줄었다. 투자 거래 건수도 8월까지 네 건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3건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수치는 AI 열풍이 AI 반도체 업계 전반에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AI 붐에도 오히려 자금난이 심화한 스타트업들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1억6,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은 AI 반도체 스타트업 미씩(Mythic)은 현금 부족으로 폐업 직전까지 갔다가 추가 투지를 유치하면서 위기를 빠져나왔고, 데이터서버용 칩 설계 스타트업인 리보스(Rivos)도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이 전보다 더 엄격하게 실적을 따지고 있다고 말한다. 투자를 받고 몇 달 안에 수익을 올릴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라는 식의 요구를 내건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단기간 내 성과가 나오기를 원하다 보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투자받기가 어려워졌고, 빅테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스타트업에만 투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점령하지 못한 틈새를 공략하는 스타트업엔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령 예측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AI 칩 등은 엔비디아 등 기존 업체들이 지배하지 못한 블루오션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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