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트병은 위험 수준 아냐" 벌금형 확정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신체를 다치게 한 경우에 적용되는 상해죄. 특히 '위험한 물건'을 쓰면 특수상해죄 적용을 받아 더 엄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사람 얼굴을 페트병으로 때렸다면, 이걸 '위험한 물건'으로 보아 특수상해죄를 적용해야 할까. 페트병에 액체가 차 있으면 무게 때문에 둔기에 가까운 충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페트병이 위험한 물건인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법원은 가격 당시 페트병이 비어 있었을 가능성을 고려해 특수상해죄 대신 일반 상해죄를 적용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1심은 A씨의 특수상해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단순 상해죄만 인정했다.
A씨는 2021년 8월 여자친구와 연락 문제로 다투던 중 페트병에 있던 물을 수차례 뿌리고, 그 페트병으로 피해자 왼쪽 눈 부위를 수차례 내려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11월 또 다른 여성이 만남을 거절하자 네 차례 이메일을 보내고 퇴근을 기다리며 지켜본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에게 특수상해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해자를 때릴 때 사용한 2리터 생수병에 물이 가득 담겨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명시적으로 생수가 가득 찬 병에 맞았다는 진술을 한 사실이 없고, 법정에서도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며 "빈 페트병 자체는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에게 특수상해가 아닌 상해 혐의를 적용했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의 경우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이런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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