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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국가 진입 장벽 'K매너 캠페인'으로 뚫자

입력
2023.09.13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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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파워에 힘입어 선진국 입성
시민의식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
진정한 선진국 되기 위한 매너교육 절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축사를 마치며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축사를 마치며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해외를 다니다 보면 대한민국이 여러 방면에서 정말 대단한 나라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하물며 세계 금융과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 케네디공항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느덧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게 변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들에게는 가전제품, 원전, 철강, 자동차, 방위산업,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초일류국가이다. 그럴 만도 한 게 한국의 조선업과 메모리 반도체는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0년 기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제품도 무려 77개나 된다. 어디 그뿐인가? K팝, K드라마, K아트는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며 한국의 소프트파워 등극을 이끌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의 새로운 위상을 인정해 지난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만장일치로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했다. UNCTAD의 5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 윤석열 정부가 외교·안보 역량을 대폭 강화하면서 한국의 선진국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나 경제수준과는 달리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시민의식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에 멈춰 있어 안타깝다. 현재 우리 사회는 남에게 민폐를 끼쳐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이상한 특성이 만연하다. 불법 끼어들기, 층간소음 분쟁, 어깨빵 시비, 공공장소에서의 욕설 등 안 겪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기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 부족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다. 진정한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들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기 멋대로의 행동을 자제하고, 타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참된 민주주의 시민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초일류국가가 될 수 있는 모든 걸 갖춘 나라지만 아직 시민의식이 부족해 그 문턱에서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0년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 순위에서 한국이 36개국 중 28위로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마지막 관문을 뚫기 위해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펼쳤던 새마을운동과 같은 범시민적 운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때 당시 '근면·자조·협동'을 내세워 주민들을 동원했듯이 윤석열 정부도 범국민적 'K매너 캠페인'을 벌여 선진 한국의 마지막 관문인 '예의·질서·배려'에 대한 시민의식을 끌어올렸으면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캠페인은 교육 현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을 부른 학생인권조례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K매너 캠페인'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유치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캠페인 지침 몇 가지를 예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지나칠 때 서로 인사하기 ②작은 일에도 감사표시 하기 ③욕하지 말기 ④공공장소에서 떠들며 박수치는 것 자제하기 ⑤길에서 침이나 껌 뱉지 말기 ⑥남 위해 문 잡아 주기 ⑦새치기하지 말기 ⑧밀접공간에서 거리 유지하기 ⑨길에서 남 피해 걷기 등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선진시민으로의 도약을 가능케 할 지침들이다.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끼는 게 진정한 선진사회다. 사기꾼 정치인들과 조폭 회장들이 설 자리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 사회가 다시 동방예의지국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으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했듯이 윤석열 대통령도 'K매너 캠페인'을 통해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을 확 바꿔 선진 한국의 마지막 관문을 뚫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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