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주민센터 35곳, 위기가정 담당 직원 각 1명
그나마도 겸직… "제2, 3 참극 되풀이" 우려 높아
지난 9일 전북 전주시 한 빌라에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이 숨지고 4세 아들이 굶주린 채 발견된 비극의 원인은 공무원 1명이 수백 명의 위기 가정을 관리ㆍ감독하는 취약한 행정 시스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 시내 모든 주민센터 역시 마찬가지로 공무원 1명이 관할 지역 위기 가정을 모두 전담하고 있다. 제2, 제3의 참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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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내 35개 주민센터에서 위기 가정을 전담하는 공무원은 각각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전기요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한 ‘위기가구 발굴대상자’를 통보하면 직접 그들의 형편을 확인한다. 올해 전주 지역에 배정된 위기 가정은 9,911명. 산술적으로 공무원 1명이 평균 283명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기초수급대상 관리 등 다른 업무까지 겸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서산동 주민센터에도 올해 550명의 위기 가정이 통보됐다. 이렇다 보니 담당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위기 가정을 발굴하는 건 불가능하다. 공과급 체납 사유를 알아보는 일만도 벅차다.
숨진 A(41)씨만 해도 가스비를 3개월 체납했고, 건강보험료는 56개월이나 내지 못해 체납액이 118만 원이 넘었다. 매달 5만 원인 관리비도 반년간 밀릴 정도로 빈곤에 시달렸다. 올 7월부터 위기 가정 명단에 포함돼 담당 공무원이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A씨는 가족 간 채무가 있고, 최근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소득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의 사망 원인은 동맥경화로 잠정 결론 났다. 시신에서는 담석도 발견됐는데 생전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범죄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없는 내인사로 결론 내고 조만간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병원 치료 후 의식을 되찾은 아들 B군에 대해 전주시는 A씨와의 DNA 검사를 통해 친자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경찰의 수사 종결에 따라 B군의 친부를 찾는 과정은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다. 결국 B군이 태어나게 된 과정이나 친부 신원은 미궁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전주시는 뒤늦게 지역 내 위기 가구 1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방문 및 상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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