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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쿠데타 대륙

입력
2023.09.12 0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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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가봉 군부 쿠데타를 이끈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 장군(위쪽)이 4일 수도 리브르빌에서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리브르빌=EPA 연합뉴스

가봉 군부 쿠데타를 이끈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 장군(위쪽)이 4일 수도 리브르빌에서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리브르빌=EPA 연합뉴스

8월 30일 중앙아프리카 산유국 가봉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현직 대통령의 3연임에 반발해 응게마 장군이 이끄는 군부가 알리 봉고 대통령을 축출했다. 알리 봉고 대통령은 아버지 오마르 봉고 대통령의 42년간 통치에 이어 14년 동안 가봉을 통치했으며, 지난 26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3연임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대선 기간 가봉 정부는 ‘광범위한 부정선거 행위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가짜 정보 확산을 막겠다며 대선 막판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야간 통행도 금지했다. 심지어 일부 선거구에선 참관인 없이 투표가 진행됐지만, 가봉 선거관리위원회는 봉고 대통령의 승리(득표율 64.2%)를 발표했다. 하지만 다양한 부정 선거 의혹과 봉고 가문의 대통령직 부자 세습, 호화로운 생활과 광범한 부패 등은 결국 쿠데타로 이어졌다. 쿠데타는 반헌법적인 권력 장악 행위였지만, 가봉 국민들은 오히려 군부를 지지했다.

서부ㆍ중부 아프리카에서 '쿠데타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차드, 니제르 등에서 연이어 쿠데타가 발생했고, 가봉까지 벌써 8번째다. 아프리카에서는 1950년대 초~1990년대 초까지 200건 이상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성공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민주화를 겪으면서 잠시 안정기를 거쳤지만, 최근 다시 쿠데타가 빈번해지고 있다. 2021년 9월 기니 쿠데타도 가봉과 매우 유사하다. 기니에서도 당시 무리한 개헌으로 3연임에 성공한 알파 콩데 대통령이 둠부야 대령이 이끄는 군부 쿠데타로 권좌를 잃었다.

아프리카의 민주화 이후 다수 국가들은 대통령의 임기를 ‘1회 연임’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형식적인 선거’를 이용해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장기간 통치해 온 나라들도 있다. 가봉의 이웃 국가인 적도기니와 콩고공화국, 카메룬의 대통령들도 권력교체 없이 수십년 동안 집권했다.

이 지역 국민들은 전통적인 정치 계층뿐 아니라 합법적으로 공직에 선출한 정치 엘리트에 대해서도 환멸을 느낀다. 이런 ‘정치 환멸’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기회의 불평등, 엘리트 집단의 특권과 부패 등에서 비롯된다. 특히 정치 엘리트들이 권력 연장을 위해 선거에 불법 개입하거나 헌법을 조작하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결국 작금의 아프리카 쿠데타는 정치 엘리트들이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데 실패한 결과물이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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