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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방 시대, 태어난 곳서 꿈 펼칠 수 있는 '정주민' 시대 열려야"

입력
2023.09.13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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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지답 포럼] 이철우 경북지사 인터뷰
"지방이 설계, 중앙은 지원 국가대개조 필요,
균형 발전 위한 해법은 제도와 예산에 있어"

이철우 경북지사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공부하고 취업해 정착하는 '정주민' 시대를 열어야 진정한 국민행복시대가 된다고 피력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지사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공부하고 취업해 정착하는 '정주민' 시대를 열어야 진정한 국민행복시대가 된다고 피력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한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7월 출범하는 등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지방시대 전도사 이철우(68) 경북지사를 만났다. 그는 “국민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꿈을 펼치고, ‘유목민’이 아닌 ‘정주민’이 되도록 해야 국민행복시대가 열리고, 그것이 바로 지방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과 개방 정책으로 경북이 지방시대를 주도할 거란 포부를 밝혔다. ‘K베트남밸리 조성과 지역발전’을 주제로 21일 경북 봉화에서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포럼이 열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다문화 국가로 나서는 길목에서 외국인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7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이 시행되고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지방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수도권 집중의 심화에 따른 지방의 고령화ᆞ청년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 또 서울로 간 청년들도 높은 집값 등으로 결혼·출산을 꺼리면서 수도권 역시 저출산에 따른 소멸위기에 봉착했다. 이젠 국가대개조의 판을 지방이 설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공동운영 형태로 바꿔야 한다. 경제 성장은 국가와 대기업이 아닌 지방이 주도하고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지역균형 방식이 돼야 한다. 또 지방분권형 국가경제성장시스템을 통해 지방은 변방이 아닌 중심이라는 의식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지방분권의 현주소는 어떻게 평가하나.

“중앙정부가 일부 권한을 시범적으로 지방에 넘긴 결과 당초 우려와 달리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과 권한을 지방에 이양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지자체가 된 경북도가 대표적이다. 교육부의 글로컬대 30 공모에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4개 대학이 예비 지정됐고, 최종 선정 여부를 앞두고 있다. 전국 최고 오지라는 ‘BYC(봉화 영양 청송의 첫 글자를 따 합쳐 부르는 말)’와 울릉도에도 대학 캠퍼스가 생기고 대기업이 들어가는 ‘U시티’를 추진 중이다. 지역 청년들이 지역 대학을 나와 지역 기업에 취업해 대기업만큼 연봉을 받으며 수도권처럼 누리고 사는, 보통사람이 성공하는 지방시대를 열겠다.”

-통합과 개방의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큰 위협요인은 인구 감소다. 2050년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잠재성장률 꼴찌가 될 거란 암울한 전망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85개가 비수도권에 있다. 지방은 청년유출에 따른 기업 인력난, 대학위기, 농촌마비 ‘3중고’에 직면했다. 극복을 위해선 이민과 다문화 사회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문화 사회를 대비한 경북의 청사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외국인 주민 10만 명인 경북은 외국인을 ‘정주형’ 이민자로 수용해 개방 사회를 열겠다. 도지사가 추천하면 법무부가 비자발급을 허가하는 ‘지역특화비자’ 시범사업에 더해 광역단체장이 비자를 발급할 수 있는 ‘광역비자제’를 제안했다. 광역지자체 내 어디서나 외국인이 정주할 수 있게 하고, 해외산업인력과 이공계 우수인재 유치,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 부모까지 동반입국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제도화를 위한 방안과 실행조직체계 준비,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슈퍼 화공포럼(화요일 공부하는 모임)’에서 지방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독일 남부 보수도시 뉘른베르크의 이민청처럼 경북 안동에 이민청을 설립하자는 안이 제시됐다. 경북도의 입장은.

“정부는 출입국ᆞ이민정책을 위해 컨트롤타워인 이민청 신설 계획을 밝혔다. 이민청 신설의 배경이 인구감소 대응에 따른 변화에 있는 만큼 입지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어야 한다. 외국인공동체과 신설, 광역비자 제안 등 경북이 선도하는 이민정책을 국가적 모델로 확산하기 위해 이민청 유치에 나설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정착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국제교류의 상징으로서 봉화 충효당을 성역화해 외국인 공동체 마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해외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다. 우수한 외국인을 대한민국의 우군이자 지원군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다문화 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도는 지난 1월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하고 다양한 정책을 발굴, 추진 중이다. 이제 우리는 단일민족 국가가 아닌 다문화 국가로 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 다문화인들도 차별 없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아시아의 작은 미국’ 외국인 공동체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봉화 충효당 성역화와 공동체마을 조성은 이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화산 이씨의 원조인 베트남 리 왕조는 외세의 속박을 이겨낸 베트남 최초의 독립 왕조였다. 베트남에는 리 왕조 후손이 17만 명가량 있다고 한다. 후손인 화산 이씨 유적이 산재한 봉화에 베트남 다문화인들의 요람을 조성한다면 한국-베트남 양국을 잇는 인적ᆞ물적 네트워크의 거점이 될 것이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선도하고 한-베 교류협력사업 확대, 지방소멸 위기 대응 등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협력 확대의 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2030년 대구경북신공항이 개항하면 경북의 산업 지도는 어떻게 달라지나.

“경북 군위ᆞ의성에 3,500m 활주로를 갖춘 여객ᆞ물류 복합공항으로 개항한다. 의성군에 330만㎡(100만 평) 규모의 스마트 항공물류단지, 항공산업클러스터, 농식품산업클러스터, 모빌리티 특화도시 등 4개 신도시와 의성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해 공항 물류 산업 관광이 어우러지는 국제적인 공항배후도시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경북의 산업은 포항과 구미를 거점으로 한 제조업 중심이었고, 지금은 포항 중심의 이차전지, 구미권역의 반도체 및 무선통신기기, 경주-영천-경산의 자동차 부품산업 벨트, 경북 북ᆞ서부권역의 농산물 및 바이오산업으로 재편 중이다. 이들 산업에 항공물류산업이 더해져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든다면.

“국 단위 행정조직 하나 만드는 데 일일이 중앙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니 행정력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기본적인 조직권과 재정권을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 70% 이상인 국세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등 지방정부의 재정 권한도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과 정책설계에도 균형발전의 관점을 반영하기 위한 ‘균형발전인지예산제’ 도입도 절실하다. 대한민국 재도약의 유일한 해법은 ‘지방을 살리는 제도와 예산’에 있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다. 경북도의 대응은.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경북은 월성원전, 한울원전 등 발전량이 소비량의 몇 배가 된다. 전기요금 부담 경감 등으로 원전 인근 산단에 기업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지역의 풍부한 분산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계통 안정화와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미지답포럼 로고.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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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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