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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여름 영화 관객은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23.09.09 1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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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영화 '더 문'은 제작비 286억 원이 들어갔으나 관객 51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CJ ENM 제공

영화 '더 문'은 제작비 286억 원이 들어갔으나 관객 51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CJ ENM 제공

기대가 컸다. 여건이 좋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맞는 첫 여름 시장이었다. 적어도 지난해 여름보다는 나을 거라는 막연한 낙관이 있기도 했다. 올라간 관람료가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테니까. 올해 여름 극장가는 관객몰이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제작비 200억 원 내외가 들어가 ‘빅4’로 꼽히던 한국 영화들의 흥행은 예상보다 부진했다. ‘밀수’가 가장 많은 관객(7일 기준 509만 명)을 모았으나 지난해 여름 시장 1위 ‘한산: 용의 출현’(726만 명)보다 217만 명가량이 적었다. 286억 원이 투여된 ‘더 문’은 재앙 수준이었다. 51만 명이 봤다. 마케팅비까지 포함하면 300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들어간 영화로선 ‘전액 손실’ 수준의 흥행 결과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손익분기점에 겨우 근접한 관객(366만 명)을 모았고, ‘비공식작전’은 105만 명에 불과했다. 200억 원 안팎 돈을 투자해 수년간 제작한 대작 4편 중 극장에서 그나마 돈을 번 영화는 ‘밀수’ 한 편이었다.

한국 영화는 7~8월 전체 관객 수만 봐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1,271만 명으로 지난해(1,849만 명)보다 578만 명이 줄었다. 지난해는 제작비 330억 원이 들어간 ‘외계+인’ 1부가 관객 153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여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못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 들었으니 한국 영화계가 더 짙은 암담함을 느낄 만하다.

여름은 전통적으로 극장가 최고 대목으로 꼽혀왔다. 여름휴가가 본격화하고,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7월말 8월초는 황금시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 한국 영화들이 흥행 약세를 보이면서 여름 성수기라는 표현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그 많던 여름 관객은 어디로 갔을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극장 대체재가 되다 보니 여름 성수기는 옛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일부 맞으나 정답은 아니다. 비싼 관람료가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통신사 할인 등을 감안하면 주요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 외화 포함해 7~8월 관객 수는 2,884만 명이었다. 지난해(3,124만 명)보다 240만 명 정도 줄었다. 한국 영화가 까먹은 관객 수를 외화가 보전했다. 외화는 나름 선전한 반면 한국 영화는 관객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한국 영화들이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지다 보니 관객 취향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흥행에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 있으나 절대적 요인으로 볼 수 없다. 할리우드 영화들도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조정했다. 영화는 원래 기획부터 개봉까지 수년이 걸린다.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잡기가 애초부터 버거운 매체다.

한국 영화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스타 감독이 연출하고 스타 배우가 대거 출연한 대작이 흥행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전략은 시효를 다했다. 1,000만 영화는 이제 환상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생기는 흥행 현상이 됐다. 제작비를 줄이고, 좋은 이야기 개발에 집중할 때다. 2023년은 영화계에 시름과 더불어 큰 숙제를 남겼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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