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 편지로 범행 계획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재판에서 뒤집으려 입을 맞춘 마약 사범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형시설에서 서로 알게 된 일당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공판부(부장 조영희)는 지난달 18일 이모(62)씨를 위증 혐의로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씨에게 거짓 증언을 시킨 윤모(49∙위증교사)씨와 지시를 전달한 왕모(58∙위증방조)씨도 각각 벌금 500만 원,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이들은 올해 4월 윤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씨의 위증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이미 여러 차례 마약류 처벌 전력이 있는 윤씨가 2021년 재차 이씨에게 필로폰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자, 같은 구치소 방을 쓰던 왕씨를 통해 허위 증언을 회유한 것이다. 이씨와 왕씨 역시 과거 같은 수형시설에서 생활한 ‘동기’였다.
‘마약 인맥’으로 얽힌 일당은 편지로 은밀하게 범행을 모의했다. 수사기관에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위증을 해도) 해 되는 것 없으니 말 잘 해달라”는 모호한 표현을 섞어 쓰는 식이었다. 당시 중간 전달책이 잠적해 이씨가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 된 터라, 그는 왕씨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법정에서 “피고인(윤씨)에게 필로폰을 구매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 증언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7월 윤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수사 단계에서 진술이 갑자기 뒤집힌 것을 수상히 여긴 공판 검사도 또 다른 사건으로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를 찾아 캐물었다. 그는 끈질긴 추궁 끝에 결국 “위증을 했다”고 털어놨고, 범행 계획이 담긴 편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후 부산교도소에 있는 왕씨에게서도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일당을 위증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필로폰 거래 증거가 이미 명백한 만큼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구약식 처분했다”며 “위증은 반드시 처벌되는 엄중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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