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국내 처음으로 민간인 피해 조사
1960~70년대 고엽제가 살포된 시기에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 내 ‘대성동마을’에 살던 주민의 80% 이상이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파주시는 7월 14일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대성동마을 주민들의 고엽제 피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엽제로 인한 민간인 피해 조사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미국 보훈부의 식물통감계획(군사 작전상 우거진 숲의 식물을 못 자라게 하는 것)에 따라 1967년 10월부터 1971년 12월까지 대성동마을에 고엽제 살포가 집중되던 시기, 이곳에 거주한 1세대 주민 6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살포 당시엔 없었지만 지금은 마을에 살고 있는 1세대 주민의 가족 69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1세대 주민 60명 중 83%인 50명이 고엽제 질환자로 판단됐다. 이 가운데 중증(1급) 환자가 22명으로 절반 가까이 됐다. 앓고 있는 질환으로는 당뇨병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뇌경색 4명, 파킨슨ㆍ피부암ㆍ방광암ㆍ간암이 각 1명씩이었다. 당뇨병은 2016년 정부가 발표한 역학조사결과 고엽제 노출군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사망원인 중 하나다. 경증(2급)환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25명, 치매ㆍ심혈관계ㆍ피부질환 각 1명 등이다.
살포 시기 대성동마을에 살다가 지금은 사망한 1세대 주민의 부모와 조부모 등 직계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됐다. 피해지원 대상엔 해당하지 않지만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것이었다. 이 중 39명이 폐암과 당뇨병, 뇌경색 등 고엽제 관련 질병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들의 평균 수명은 50대 후반이었다.
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 지원에 나선다. 시의회가 8일 임시회에서 ‘파주시 고엽제 후유증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 제정안을 통과시키면 올해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 피해자 접수를 받아 사실관계 확인 후 내년 1월부터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1종 피해자는 월 30여만 원, 2종은 월 10여만 원을 받게 된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대성동마을에 고엽제가 살포된 지 57년이 흘렀지만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았다”며 “뒤늦게 피해 실체가 밝혀져 보상과 지원의 길도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안에 법이 개정돼 정부 차원 지원도 이뤄지도록 지역 국회의원들을 통해 지속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대성동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조성된 곳이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한에는 ‘기정동마을’, 남한에는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대성동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철원군도 피해 조사 나서나
파주시와 마찬가지로 접경지역인 강원 철원군도 민간인 피해 조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철원군에 따르면 1970년대 김화읍 생창리(당시 민통선 이북마을)에 거주하던 민간인이 고엽제 살포에 동원돼 후유증 등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2015년 제기된 적이 있다. 국방부와 보훈청(현 국가보훈부) 조사 결과, 민간인 동원 문서와 피해 진단서 등 관련 근거를 찾을 수 없어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국회 법안 발의와 파주시 상황 등을 파악해 피해 사실이 증명될 경우 지원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