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단 방북, 북 정권 수립 75주년 행사 참석
경제 책임자 류궈중 부총리 주목
경제협력 방안 논의 가능성 높아
중국 공산당·정부 대표단이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행사에 맞춰 평양을 찾는다. 경제 전문가로 분류되는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끈다. '무기 거래'에 이목이 쏠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앞둔 시점이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는 군사안보, 중국과는 경제 분야 협력에 치중하며 북한에 가장 절실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중국 대표단의 방북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정부 초청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9·9절(북한 정권수립일) 계기 '민간 무력 열병식' 등 각종 행사와 연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7월 북한 '전승절(정전협정체결기념일)'의 전례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과 별도 면담의 시간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대표단은 5년 전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와 비교해 격이 낮아졌다. 2018년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우리의 국회의장 격)이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갈등 관계인 미국을 의식해 북한과의 각별한 관계를 이어가되, 일정 부분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도 대표단을 보낼 전망이어서 평양에서 북중러 3국이 다시 뭉치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5년 전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낮아진 중국 대표단의 격과 달리, 류 부총리가 과학기술 관료 출신의 고위급 경제 책임자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에 경제 지원을 요청하기에는 리 상무위원장 같은 정치적 거물보다 류 부총리가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다. 류 부총리는 헤이룽장성 부성장, 지린성 성장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두루 경력을 쌓으며 북중 간 교역 협력 현안을 다룬 경험이 많은 인사다.
통일부 당국자는 “(류 부총리는) 북중 교역의 핵심인 지린성 출신이라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재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국무원 부총리”라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으로 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북한과 중국은 경제 협력에 집중돼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류 부총리의 중국 내 입지에 대해서는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성에서 당서기를 지냈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부총리로 승진한 만큼 시진핑의 측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국 대표단의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곧 중국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말 시작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나 다음 달 17일 시 주석 주재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회의를 통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김 위원장은 방중을 통해 시 주석이 2019년 6월 방북 당시 약속한 식량 지원은 물론 각종 원유와 비료 등의 유무상 경제 협력 약속을 재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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