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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착륙 환경, 일본은 정확도에 초점... 각국 우주 기술력 경연장 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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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착륙 환경, 일본은 정확도에 초점... 각국 우주 기술력 경연장 된 달

입력
2023.09.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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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하는 곳 내리는 정밀착륙 시도
인도, 지형·통신 모두 험한 극지 착륙
러시아, 직행으로 5일 만에 궤도 도착

일본의 달 착륙선 '슬림(SLIM)'을 실은 H2-A 발사체 47호기가 7일 오전 규슈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교도=연합뉴스

일본의 달 착륙선 '슬림(SLIM)'을 실은 H2-A 발사체 47호기가 7일 오전 규슈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교도=연합뉴스

러시아, 인도에 질세라 일본까지 7일 무인 달 탐사용 스마트 착륙선 ‘슬림(SLIM)’ 발사에 성공하면서 세계인들은 우주탐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실감하고 있다. 달의 어느 지역으로 어떻게 가는지, 달 주변을 돌 건지 달에 내릴 건지, 달에서 뭘 주로 할 건지 등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우주탐사 목적지는 달이 아니다. 화성, 그리고 그 너머까지도 머지않아 우주강국들의 자존심을 건 첨단기술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적도에 내리기 vs 남극에 내리기

일본의 슬림은 내년 초 달의 적도 부근에 착륙할 예정이다. 통상 적도 착륙은 남극보다 덜 어렵다. 달의 적도 인근은 땅이 비교적 평평하지만, 남극은 지형이 울퉁불퉁한 데다 크레이터(운석 충돌구)도 많기 때문이다. 또 남극으로 갈 땐 착륙선이 적도와 90도를 이루는 극궤도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추력이 커야 해 연료도 많이 필요하다. 더구나 남극은 통신 연결마저 쉽지 않다. 인도의 ‘찬드라얀 3호’는 이 어려운 달 남극 착륙을 기어이 해냈다.

슬림은 착륙지를 상대적으로 쉬운 적도 인근으로 택한 대신, 착륙 예정 지점 100㎡ 안에 정확히 들어가는 ‘핀포인트(정밀) 착륙’을 시도한다. 달에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없기 때문에 슬림은 달 지형을 찍은 수많은 영상을 마치 안면인식 하듯 정밀하게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착륙 지점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달 기지를 건설, 운영하기 위해선 정밀 착륙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착륙선이 보급품이나 사람들을 수시로 실어 나르려면 기지와 가까운 정확한 위치로 가야 해서다. 슬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내리기 쉬운 곳’이 아니라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는 고정밀 착륙 기술을 실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달 궤도까지 3개월 vs 3주 vs 5일

지난해 6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관계자들이 자체 개발 중인 무인 달 탐사용 스마트 착륙선 ‘슬림(SLIM)’을 살펴보고 있다. JAXA 제공

지난해 6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관계자들이 자체 개발 중인 무인 달 탐사용 스마트 착륙선 ‘슬림(SLIM)’을 살펴보고 있다. JAXA 제공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에서 나온 탐사 로봇이 지난달 25일 달 표면에서 이동하고 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제공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에서 나온 탐사 로봇이 지난달 25일 달 표면에서 이동하고 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제공

찬드라얀 3호가 달 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약 3주가 걸렸지만, 슬림은 지구를 출발한 지 3, 4개월 뒤에야 달 궤도에 도착한다. 지구와 달 주변의 넓은 우주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달의 중력을 이용해 경로를 변경하고 그 힘으로 달 궤도에 진입하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달에 간 우리나라 궤도선 ‘다누리’도 달 반대편 먼 우주까지 나갔다 되돌아오는 비슷한 방식을 택했다. 둘 다 연료 소모량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이와 달리 찬드라얀 3호는 지구 궤도를 여러 번 점점 넓게 돌다 달 궤도로 들어가 또 달 주위를 여러 번 돈 뒤 착륙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연료는 좀 더 쓰지만 훨씬 빨리 가는 길이다. 러시아의 ‘루나-25’는 거의 직행으로 5일 만에 달 궤도에 도착했다.

달 주변 돌기 vs 달 표면 내리기

다누리는 달에 내리지 않고 주변을 도는 궤도선이다. 궤도선은 통신을 비롯한 항행 기술과 궤도운영 기술이 핵심이다. 찬드라얀 3호나 슬림 같은 착륙선이 달에 내릴 때는 이와 전혀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빠른 속도로 달 상공을 돌다가 어느 순간 엔진을 끄고 속도를 확 줄이면서 내려가 지표에 사뿐히 닿아야 하는 연착륙 과정은 우주기술 가운데서도 최고난도로 꼽힌다. 엔진이 일찍 꺼지면 가속돼 폭발하고, 반대로 늦게 꺼지면 표면에 충돌하거나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다. 달 궤도에 진입한 루나-25가 착륙을 앞두고 추락한 것도 계산 오류가 생겨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착륙할 때는 지형이 평평할수록 유리하다. 슬림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사지에서도 착륙을 시도하려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착륙선 구조물 중 땅에 가장 먼저 닿는 ‘다리’를 스펀지 같은 구조로 만들어 착륙 순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표 탐사 vs 동굴 탐사

일본의 달 착륙선 ‘슬림(SLIM)’이 달 표면에 착륙한 모습 상상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제공

일본의 달 착륙선 ‘슬림(SLIM)’이 달 표면에 착륙한 모습 상상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제공

달 착륙선이나 로버(행성 표면에서 이동할 수 있는 탐사용 로봇이나 차량)의 임무는 대개 지표면 탐사다. 철, 크롬, 망간, 규소 같은 유용한 원소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어디가 기지 건설에 적합한지, 온도는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얼음이나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그런데 슬림은 동굴을 주목하고 있다. 슬림의 착륙 예정지는 용암동굴의 입구로 알려진 ‘마리우스 언덕’과 가깝다. 달 생성 초기에 용암이 빠른 속도로 지하로 흘러 들어가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진 게 용암동굴인데, 그 안은 우주방사선이 차단되고 일교차가 지표면(300도 이상)보다 작다. 물이나 휘발성 기체가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미래 기지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대기 속 착륙 vs 먼지 속 착륙

미국과 중국은 2년 전 차례로 화성에 탐사 로버를 보내며 착륙 기술을 입증했다. 달과 화성의 착륙 환경은 전혀 다르다. 화성에는 대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착륙선이 진입해 지표까지 내려가는 동안 강한 열이 발생한다. 그 열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착륙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없어서 착륙선이 내려갈 때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그만큼 정해진 경로를 벗어날 위험이 크고 자세 제어도 어렵다. 게다가 화성엔 없는 복병, 먼지가 있다. 자칫 달 먼지가 착륙선 구석구석 침투하면 기기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부드럽게 착지해야 한다.

임소형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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