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 러시아에서 열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담을 겨냥한 경고다. 무기와 군사기술을 주고받는 양측의 거래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각국의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한중일 간 긴밀한 소통'을 강조하며 손을 내밀었다. 북중러가 연합 군사훈련까지 거론하며 밀착하는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을 부각해 어떻게든 떼어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어떠한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 금지 등 유엔 안보리가 규정한 ‘대북한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 만남을 앞둔 푸틴 대통령을 향해 촉구한 셈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강력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관련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번 회의와 9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하기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대북 메시지에 대러 경고를 더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북러의 만남을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나라는 세계 평화와 안보에 비토권을 갖고 중요한 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나라이고 다른 한 나라는 지난 20년 간 유엔 안보리가 가장 엄중한 결의안을 가동한 당사자”라며 “두 나라의 협력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보 위해뿐 아니라, 국제 안보 규약과 합의 사항을 일거에 거스르는 행동이라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아세안이 계속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인 가상자산 불법 탈취와 노동자 송출 차단에 아세안이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의장님, 정상 여러분, 북한은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를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은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 구조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각국의 인태전략을 조율하고, 신규 협력 분야를 발굴해 나아가기로 했다”면서 “연례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를 발족하고, 아세안과 태평양도서국의 해양안보 역량을 지원하는 한미일 해양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출범시켰다”고 설명했다.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한미일과 아세안 국가들의 공조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중국을 향한 발언 수위는 이전과 달랐다. 북한, 러시아와는 차별화한 부분이다.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돼선 안 될 것"이라고 중국을 직격한 내용은 빠졌다.
대신 윤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아세안+3 발전의 근간이 되는 한국, 일본, 중국 3국의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3국 간 협력 메커니즘을 재개하기 위해 일본,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차기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하루속히 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중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어 윤 대통령은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듯이 한국, 일본, 중국 3국 협력의 활성화는 아세안+3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옆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가 앉아 있었다. 회의 분위기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거나,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보기에 부정적인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은밀한 행동들이 중국이라는 영토와 공해상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이 조금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역할을 촉구한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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