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감독 설치미술 선봬
5~6일 인사동 코트에서 '프라다 모드 서울'전
“오브제를 배치하고 배열해 (제가 의도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읽게 하는 작업이 영화와는 달라 흥미로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김지운 감독)
유명 영화감독들이 설치미술 작업에 나서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가 후원하고 김지운ㆍ연상호ㆍ정다희 감독이 참여한 ‘프라다 모드 서울: 다중과 평행’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전시다. 5~6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인사동 코트에서 열린다. ‘프라다 모드’는 2018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해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다. ‘프라다 모드 서울’은 10번째 행사다.
김 감독은 ‘밀정’(2016)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 여러 흥행작을 만들었고, 연 감독은 1,000만 영화 ‘부산행’(2016)과 인기 드라마 ‘지옥’(2021) 등으로 유명하다. 정 감독은 ‘의자 위의 남자’(2014)로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국내 최초 크리스털 그랑프리를 수상한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하나다. 세 감독은 5일 오전 국내외 기자들을 인사동 코트에서 만나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 감독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평상들 위에 죽부인과 낡은 TV, 만화책 등을 올려놓았다. 김 감독은 “이숙경 큐레이터가 서울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서울 토박이로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던 평상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이라는 이름으로 고시원 같은 공간을 꾸몄다. 방 한쪽에 알 수 없는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듯한 하얀 장식을 해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연 감독은 “고시원은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세상과 고립된 공간”이라며 “고시원에서 완벽한 비일상성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연속 동작들로 이어질 수 있는 그림들을 걸어두고 한쪽 벽에는 비디오테이프로 가득 채웠다. 공간 한복판에는 큰 스크린을 세우고 영상을 투영했다. 정 감독은 “영화를 공간에서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를 집중적으로 생각했다”며 “전시는 영화와 달리 관람객이 시간과 시점을 자유롭게 정하는데 그 유기적인 관계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에는 세 감독이 고른 영화 3편이 상영된다. 김 감독은 이만희(1931~1975) 감독의 ‘마의 계단’(1964), 연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1997), 정 감독은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2023)를 각각 골랐다. 김 감독은 “이만희 감독은 저처럼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던 분”이라며 “천재 감독의 고품격 스릴러를 현대로 소환해 의미를 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영화라는 꿈을 키우게 된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정 감독은 “영화가 어떻게 현실을 반영하고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들을 선정했다고 각기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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