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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선수 강제 키스' 후폭풍…스페인 축구협회장, 비리 줄줄이 폭로에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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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선수 강제 키스' 후폭풍…스페인 축구협회장, 비리 줄줄이 폭로에 자승자박

입력
2023.09.05 17:35
수정
2023.09.05 17:3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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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우승 여성 대표 선수 강제 입맞춤 후
권력 남용·비리 등 고발 이어져
삼촌도 “협회 돈 개인적 유용”

루이스 루비알레스(왼쪽)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2일 스페인 총리 관저인 마드리드의 몽클로아 궁에서 열린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의 여자월드컵 우승 기념식에서 미소 짓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루이스 루비알레스(왼쪽)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2일 스페인 총리 관저인 마드리드의 몽클로아 궁에서 열린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의 여자월드컵 우승 기념식에서 미소 짓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올해 월드컵에서 우승한 여성 국가대표 선수에게 ‘강제 키스’를 했다가 비판받은 스페인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의 부패상이 줄줄이 노출되고 있다. ‘성차별·성폭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도 모자라 개인 비리까지 폭로됐고, 친척마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를 고발한 삼촌은 “루비알레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루비알레스는 스페인이 호주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지난달 20일 시상식에서 공격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일방적으로 입을 맞춰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이후 루비알레스의 권력 남용, 개인 비리 등에 대한 고발 15건이 스페인 국가스포츠위원회(CSD)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 스페인 검찰은 지난해부터 루비알레스의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와 뇌물 수수 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스페인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가 지난달 20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호주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축구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승리한 직후 시상대에서 자국 선수를 껴안고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스페인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가 지난달 20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호주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축구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승리한 직후 시상대에서 자국 선수를 껴안고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강제 키스 사건이 ‘키스 게이트’로 불리며 일파만파 커지는데도 루비알레스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거짓된 페미니스트에 의한 마녀사냥”이라면서 협회장 사퇴를 거부했다.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은 그의 사임 전까지 국제 경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남자 축구 대표팀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여성 선수들 편에 섰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직무를 90일간 정지했지만, 루비알레스는 지난 1일 결백을 입증하겠다면서 재차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버티기’에 폭로 줄줄이…“축출이 정의”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의 강제 입맞춤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성차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의 강제 입맞춤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성차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루비알레스의 비리 폭로는 ‘버티기’에 대한 반발이다. 그의 삼촌이자 전 비서실장인 후안 루비알레스는 현지 언론 엘 문도에서 “(루비알레스가)축구협회 자금으로 개인적인 파티를 열고 휴가도 갔다”라고 주장하면서 조카를 외통수로 몰았다. 또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슈퍼컵 개최지를 2019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로 옮기는 과정에서 루비알레스가 뇌물을 요청하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덧붙였다.

후안은 강제 입맞춤에 대해서도 “평소 조카의 마초적인 모습을 봤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고 했다.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에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강제로 입 맞추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등장했다.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에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강제로 입 맞추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등장했다.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루비알레스의 성차별적 태도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그는 2018년 협회장 취임 당시 “스페인 축구 발전에는 여성의 역할이 컸다. 모두를 위한 협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에는 2027년까지 여성 선수에게도 주요 대회 포상금을 남성 선수들과 동등하게 지급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실생활은 달랐다. 스페인 여자축구 1부 리가F의 대표 베아트리스 알바레스는 “출산으로 루비알레스에게 화상 회의를 요청했다가 ‘집에서 엄마 역할에 집중하라’며 거부당했다. ‘대면 회의가 가능한 사람에게 업무를 넘기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약 140명으로 구성된 스페인축구협회 관계자 중 여성은 단 6명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루비알레스의 성폭력이 시작된 후폭풍이 오히려 스페인 축구뿐 아니라 여성 인권 전체에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알바레스는 “루비알레스가 내내 무시하던 여자 축구가 그를 협회에서 축출하는 건 ‘신성한 정의’라고 믿는다”고 CNN에 말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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