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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흑해 곡물협정 복귀, 여전히 서방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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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흑해 곡물협정 복귀, 여전히 서방에 달려 있다"

입력
2023.09.04 22:28
수정
2023.09.05 00:12
14면
0 0

"러시아 요구 사항 이행되면 복귀"
중재 나선 에르도안 "이견 좁힐 것"

4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소치=AP

4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소치=A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서방에 전달한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이행돼야만 흑해 곡물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방 파기한 곡물협정을 다시 이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조건부 협정 재개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의 관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약 1시간 반 가량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곡물협정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고, 모든 협의 내용이 이행되면 즉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협정 파기의 책임을 여전히 서방 탓으로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 곡물 및 비료 수출을 제한한 것을 문제 삼는 등 협정 재개를 서방이 가로막고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타결된 이후 60일 단위로 연장해 왔지만, 푸틴 대통령은 당시 연장 중단을 발표하며 사실상 '식량 무기화'에 나섰다. 밀과 옥수수 등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수출길이 막히면 저개발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곡물값이 뛸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곡물협정 논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이날 두 정상은 흑해 곡물협정 재개 문제를 회담 테이블에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두 나라 정상이 만난 건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협정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중재에 나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유엔과 협의해 러시아에 새로운 제시안을 준비했다"면서 "이견을 좁히면서 곡물협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흑해 곡물협정 재개를 위한 제안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 서방의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 당한 러시아 농업은행을 SWIFT 망에 재연결하는 등의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관계는 좋은 수준"이라며 "튀르키예에 러시아 천연가스 허브를 구축하는 대화가 곧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허브를 튀르키예에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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