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장관, 쿠바 외교장관과 회동 유력
北 압박하고 국제사회 공조 모색
쿠바, 경제개선 위해 외교확장 나서
18일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쿠바 외교장관 회동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쿠바는 시리아, 코소보와 함께 한국의 미수교국으로 남아있다. 양국 고위급의 만남이 당장 수교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남미 유일한 공산국가이자 북한과 끈끈한 사이인 쿠바와의 관계 개선은 대북 압박 효과를 높이는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박진 외교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릴라 쿠바 외무장관은 유엔에서 만나 관계 정상화 여건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외교소식통은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며 "쿠바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그동안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다자회의를 계기로 접촉해왔다"며 "다만 이번 유엔 총회에서 중남미국들과의 외교장관회담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쿠바 측에 수교 협상을 제안하며 공들여왔다. 지난해 11월 친서 교환에 이어 올 5월에는 박 장관이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쿠바 외교차관과 따로 회동했다. 쿠바는 우리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지는 않지만,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경우 정부의 외교 지평은 비약적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이와 달리 쿠바와 북한은 각별한 관계다. 지난달 수교 63주년을 맞아 서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결국 한·쿠바 관계 개선의 최대 변수는 북한이다. 다른 소식통은 "우리와 쿠바의 협의가 지나치게 부각되면 북한이 방해공작에 나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당국에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쿠바를 향해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건 아니다. 쿠바도 외교협력의 폭을 넓히려는 만큼 한국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쿠바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쿠바가 외교 전선을 넓히고 있어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문제뿐 아니라 경제·문화 분야에서도 공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간 소통은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이 최초로 쿠바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ACS 정상회의 옵서버 자격으로 쿠바를 방문한 윤 장관은 브루노 장관을 만나 수교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탄핵을 비롯한 국내 정치 상황과 여러 변수로 인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장관이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 총회와 유엔 총회를 무대로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쿠바와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타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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