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커피' 인터뷰 후 대장동 일당에
"형이 광야 끌고 갈 거니 모른 척해라"
대선 앞두고 '대장동 몸통 교란' 의심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기획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인터뷰 이후 대장동 일당에게 "형이 광야로 끌고 갈 테니 모른 척하고 있으라"고 말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김씨가 언급한 '광야'가 대장동 사건의 새로운 국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문제의 인터뷰가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에 공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장동의 '몸통'을 교란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의심인데, 검찰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올해 7월 말 천화동인(화천대유의 자회사)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조우형씨를 상대로 대질신문을 벌였다. 검찰은 신문에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 수사와 관련 "김만배씨가 2021년 10월 중순 '이 형이 광야로 끌고 갈 것이니 너는 모른 척 있어라'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가 이 말을 했던 때는 대선(지난해 3월)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던 시점이다. 당시 이 말을 들은 대장동 일장은 김씨가 대장동 사건의 초점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장동 의혹 보도가 시작되자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개인 일탈로 몰 것이니, 그런 취지로 말하고 그렇게 알아라"거나 "넌 그냥 멀리 끌고 가면 된다" 등 사건을 '물타기'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관련한 김씨 인터뷰 또한 이런 물타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인터뷰 진행 경위 및 공모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김씨가 '광야' 발언을 한 시점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인터뷰를 한 2021년 9월 15일에서 한 달쯤 지났을 때라고 한다. 김씨는 신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혐의로 조우형이 수사받게 돼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소개해줬고,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봐줬다)" "박모 검사가 커피를 주면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조씨를 보내줬고 사건이 없어졌다" 등의 발언도 했다.
김씨의 인터뷰는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 6일 공개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 측은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주범, 대장동 몸통이 드러났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검찰은 인터뷰 직후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억대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 두 사람에게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1일 신 전 위원장을 압수수색했다. 신 전 위원장은 김씨에게 받은 돈이 본인이 쓴 책값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허위 인터뷰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및 사법방해 행위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의 공소시효(6개월)가 이미 지났고, 수사 단계에서의 허위진술이나 관련자 회유를 처벌할 수 있는 사법방해죄 조항이 없어, 다른 죄목을 적용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 자체를 중한 사안으로 보고, 형법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의 적용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김씨는 대장동 사건으로 2021년 11월 구속기소됐다가 지난해 11월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고, 올해 2월 검찰이 범죄 수익 은닉죄를 적용하면서 다시 구속됐다. 1심 구속기한(6개월)이 이달 7일 만료되지만, 검찰은 재판부에 구속 연장을 요청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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