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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무너질라, 개학 코앞 학교 폐쇄"... 영국 뒤흔든 '저질 콘크리트'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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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무너질라, 개학 코앞 학교 폐쇄"... 영국 뒤흔든 '저질 콘크리트' 스캔들

입력
2023.09.05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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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성 약한 콘크리트 사용된 노후 학교들
붕괴 우려 커지자 교육부 "학교 임시 폐쇄"
"보수당, 학교 보수비용 아낀 탓" 책임론↑

영국 야당인 노동당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등장인물로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광고. "당신은 당신 아이의 학교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리시 수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최근 경량 콘크리트가 사용된 학교 건물들이 붕괴될 우려가 커지자 집권 보수당 책임을 묻기 위해 기획한 광고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등장인물로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광고. "당신은 당신 아이의 학교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리시 수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최근 경량 콘크리트가 사용된 학교 건물들이 붕괴될 우려가 커지자 집권 보수당 책임을 묻기 위해 기획한 광고다.

"당신은 당신 아이의 학교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한 광고의 문구다. 영국 제1 야당 노동당이 기획한 것으로, '1950~1990년대 내구성이 약한 콘크리트로 지어진 학교 건물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는데도 (여당인) 보수당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꼬는 내용이다. 보수당이 2010년 집권한 이래 ①건물 붕괴 위험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②건물 보수 등 학교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던 탓에 ③수많은 학생이 위험에 몰리게 됐다는 비판이 영국 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

"학교 104곳 폐쇄 명령"... 경량 콘크리트가 문제

지난달 31일 영국 학교 104곳에는 "'RAAC'로 불리는 경량 콘크리트 자재를 활용한 건물을 폐쇄하라"는 교육부 명령이 내려졌다. 지난 몇 달 동안 RAAC를 활용한 건물 내 교실 기둥이 무너지는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였다.

문제가 된 RAAC는 기포를 내서 부풀려 만드는 콘크리트다. 일반 콘크리트보다 무게가 가볍고 값이 저렴한 대신 내구성은 약하다. 수명이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1950~1990년대 지어진 건물 중 상당수가 안전 위험에 노출돼 있다.

1일 영국 레스터에 있는 초등학교 교실에 출입을 막는 테이프가 붙어 있다. 전날 영국 교육부는 104개 학교에 'RAAC'로 불리는 경량 콘크리트를 활용한 건물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레스터=AP 연합뉴스

1일 영국 레스터에 있는 초등학교 교실에 출입을 막는 테이프가 붙어 있다. 전날 영국 교육부는 104개 학교에 'RAAC'로 불리는 경량 콘크리트를 활용한 건물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레스터=AP 연합뉴스


"위험 알면서 방치"... 보수당 책임론 확산 중

'보수당이 건물 붕괴 위험을 키웠다'는 여론이 실제 확산하고 있다. 노동당은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뒤, 그 이전에 노동당 정부가 추진한 학교 재건 프로젝트를 폐기 처분한 일을 거론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550억 파운드(약 91조4,997억 원)가 투입될 예정이었던 해당 프로젝트엔 학교 700곳의 개·보수 등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당은 학교 재건 관련 지출이 2019년 7억6,500만 파운드(약 1조2,730억 원)에서 2021년 4억1,600만 파운드(약 6,923억 원)로 오히려 줄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보수당이 노후화한 RAAC 위험성을 고의로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3일 영국 언론 가디언은 '2021년 9월~2022년 7월 교육부 장관이었던 나딤 자하위에게 RAAC 관련 문서 4, 5개가 보고됐지만, 이 사안엔 우선순위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2018년 켄트 지역 초등학교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위험성을 간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학교 폐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정부는 "안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대체 공간 마련도 없이 '학교 폐쇄'를 택한 건 무책임과 무능력을 보여 준 것이라는 얘기다. 여름 방학 내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개학(9월 4일)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돌연 학교 문을 닫아 버린 탓에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도 컸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많은 학생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거나 개학이 연기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저질 콘크리트' 스캔들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학교를 비롯한 더 많은 건물에서 구조적 문제가 발견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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