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장마백서 '8월 말~9월 초 2차 우기'
가을장마 등 공식 예보용어 아니지만
기후변화에 용어 변경 논의 본격화
올해도 가을 초입에 비가 전국 곳곳에 내리면서 "가을장마가 왔다"는 표현이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 기상청은 가을장마가 기상학적으로 공인된 용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여름철 강수가 길어지면서 가을장마나 ‘2차 우기’를 정식 명칭으로 쓰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학적으로 장마는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이 초래한 기상현상’으로 정의된다. 반면 장마가 끝나고서 8월 후반부터 내리는 비는 온대저기압, 태풍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해 나타나기 때문에 장마와 똑같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달 후반부터 이어진 비에 대해서 기상청이 “가을장마나 2차 우기로 정의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 용어가 반복해서 언급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장마백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대 연구진이 집필한 ‘장마백서 2022’는 한반도의 5일 이동 평균 강수량이 7㎜를 넘어서는 첫 시기인 6~7월을 기후학적 의미의 ‘장마철(1차 우기)’로, 이후 강수량이 잠시 떨어졌다가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나타나는 두 번째 시기를 '2차 우기'로 규정했다. 연구진은 ‘8월 말부터 9월 초에 열대 기단과 한대 기단의 세력 차이가 커지면서 정체전선이 강화되는데 이는 가을장마라 불리기도 한다’며 ‘2019·2021년에 가을장마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가을장마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했다.
여름철 강수기간이 길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 대기 중 수분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양의 비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마백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장마철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20~2039년 여름철 대기하층 수증기 유입은 과거보다 10% 이상 늘고 강수량이 최대 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을태풍이 잦아진 것도 강수기간 증가 요인이다. 2020년 인제대 연구진이 대기환경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54~2003년엔 전체 태풍 중 9·10월 태풍이 20%에 그쳤지만, 2011~2019년에는 그 비중이 33.3%로 늘었다.
이에 장마 대신 ‘우기’ 등의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기상학회 포럼에서 이 문제가 처음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최근 장마특성 변화에 대해 발표한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장마 종료 후 소나기 및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가 전통적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학회의 올해 상반기 학술대회에는 기상청 예보국 재해기상대응팀이 참여해 “지난해 여름 장마철보다 그 이후 많은 비가 오면서 2차 우기 등 장마 용어에 대한 재정립 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는 4~5일에는 동풍의 영향으로 강원영동과 경남권 등 동쪽을 중심으로 약한 비가 내리겠다. 비가 오지 않는 서쪽은 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오르며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제12호 태풍 기러기는 이날 오후 3시 일본 도쿄 남쪽 약 620km 부근 해상에서 열대 저압부로 약화돼 소멸됐다. 제11호 태풍 하이쿠이 역시 오는 6일 오후 중국 산터우 인근 육상에서 열대 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가을태풍으로 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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