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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자경단

입력
2023.09.01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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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일 서울 강남구 지하철3호선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가해 운전자의 사고 당시 모습.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2일 서울 강남구 지하철3호선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가해 운전자의 사고 당시 모습.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자경단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고담시를 지킨 배트맨을 비롯해 ‘마블 시리즈’의 영웅 대부분도 자경단이다. 영웅들의 서사에 희열을 느끼는 이유는 때로는 더디게, 때로는 강자의 편에서 정의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사회를 향한 울분을 통쾌하게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자경단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라는 채널이 ‘유튜브 자경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3년 만에 113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터진 롤스로이스 사건은 해당 채널의 존재감을 키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이 풀어준 피의자 행적을 쫓고, 피해자 가족의 입을 통해 억울한 사연까지 전달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카라큘라 운영자의 활약이 피의자 구속에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 평소 다니던 거리와 도심 속 산책로에서 별안간 범죄 표적이 돼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게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일상의 불안이 엄습했지만, 경찰특공대가 장갑차를 끌고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생경한 장면에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14만 경찰 중 왜 ‘일시점 3만 명’만 현장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지 역시 이해 못 한다. 엄중한 시기에 경찰조직 밑에서는 집단 마약 투약 현장에서 투신한 경찰이, 중간에서는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 경찰이, 위에서는 누가 차기 서울경찰청장에 낙점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 의무경찰제 부활을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된 촌극은 경찰 조직의 자존심에도 생채기를 냈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현장 중심 인력 재배치를 20일 만에 보고하겠다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어렵게 본청과 지방청, 하다 못해 경찰서 내근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현장으로 나가라는 지시를 흔쾌히 따를 경찰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하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찰 수뇌부는 만신창이가 된다. 검사 출신 대통령과 판사 출신 장관 밑에서 어느 때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경찰을 보면서 민심은 자경단까지 소환하고 있다.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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