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격앙'
홍범도함 함명 변경 질의엔 "수정해야"
이종섭 '도망' 표현엔 "국무위원 모욕"
"의원님 말씀하시는 것 다 틀렸습니다. 다 틀렸어요. 하나도, 하나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디에 수사 개입을 했습니까? 의원님의 일방적 해석일 뿐입니다. 철저한, 철저한 의원님의 주장입니다."
한덕수 총리가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상대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 의원이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사건을 축소한 엄청난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하자 격분해 기 의원이 말하는 중간에 맞받아치길 반복했다. 설전은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계속됐다. 기 의원이 "국회에 싸우러 나오셨냐"며 언성을 높이자 한 총리는 역으로 "의원님의 주장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이틀째인 이날 한 총리는 정치권 대립이 첨예한 사안과 관련된 야당의 지적에 "완전히 틀렸다"면서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러한 한 총리의 강경 태도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위원들에게 '전사'가 돼 논쟁에 적극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총리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이어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명칭 변경까지 거론되는 것에 대해 "(함명)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기 의원이 "전 세계적으로 잠수함을 개명한 유례, 전례가 없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전 세계 사례가 어떤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의 주적과 싸워야 하는 군함에 공산당에 적을 가진 사람의 이름을 왜 써야 하냐"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 출장을 이유로 이날 회의에 불출석한 것을 두고 기 의원이 '도망'이란 표현을 재차 사용하자 "국무위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둘의 설전 수위는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 최고조로 치달았다. 기 의원은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기에 앞서 국방부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외부의 압력이 작동한 결과이며 국가 주도의 진실 은폐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총리는 "의원님이 말씀하신 것 하나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이 "뭐 하는 거냐"고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한때 소란이 커졌다.
여야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에 대해서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를 상대로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백지화 선언은 도로법·광역교통법 위반인 만큼 총리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원 장관은 사업을 취소시킨 게 아니라 중단시킨 것이라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문가에 노선 검증을 맡기기로 했으니 민주당은 빨리 전문가를 추천하라"고 촉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