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데뷔 2주 만에 600% 넘게 급등
포브스 "미국에 등록된 차량은 167대뿐"
베트남 신생 전기차 업체인 빈패스트(VinFast)의 주가 등락이 심상치 않다. 미국 증시 데뷔 2주도 안 돼 600% 급상승하며 글로벌 ‘빅 3’(제너럴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더니, 돌연 40% 넘게 고꾸라졌다. 체급에 비해 고평가를 받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 급등락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인지도 낮은데… '빅 3'보다 시총 높아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빈패스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8% 폭락했다. 시가총액도 전날 1,912억 달러에서 1,074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하루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이 2017년 6월 설립한 자회사다. 당초 내연기관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만들었지만, 지난해부터 가솔린 모델 제작을 전면 중단하고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판 테슬라'라는 별칭도 생겼다. 이달 15일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했다.
상장사 주가 변동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빈패스트 주가 등락엔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하고 세계 무대에서 인지도도 거의 없는 동남아시아의 작은 회사가 미국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을 제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빈패스트의 전 세계 판매량은 2만4,000대에 그쳤다. 폭스바겐(830만 대), 포드(420만 대) 등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만큼 적다. 게다가 대부분은 베트남에 출하됐다. 포브스는 “6월 기준 미국 도로에 등록된 빈패스트 전기차는 137대뿐”이라고 전했다.
실적도 처참하다. 올해 1분기에 6억 달러(약 7,950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손실은 21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다. 올해 5월 북미 수출 차량에서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견돼 대규모 리콜 사태도 겪었다.
"높은 변동성에 유의해야"
그런데도 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상장 첫날 주당 22달러에 거래가 시작돼 58% 오른 37.06달러로 장을 마무리했다. 시가총액은 85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포드(480억 달러), 제너럴모터스(460억 달러) 등을 뛰어넘은 것이다. 빈패스트보다 시총 규모가 큰 자동차 회사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일본 도요타뿐이었다.
이튿날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거품이 빠지는 듯하더니, 지난 21일부터는 갑자기 주가 랠리가 이어지면서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탔다. 상장 첫날 대비 주가상승률은 688%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또다시 상승세가 꺾였다. 고작 11영업일 동안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출렁인 것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선 높은 변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데이터트랙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서 공동설립자는 “빈패스트 투자는 결과를 우연에 맡기는 동전 던지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루 14% 이상 주가 급등락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베트남에선 찬양 일색이다. 현지 언론들은 베트남 토종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고 돈을 쓸어담았는지, 이번 상장을 통해 팜넛브엉 빈그룹 회장이 어느 정도의 돈을 벌었고 세계 부호 순위도 몇 계단 뛰어올랐는지 등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일간 뚜오이쩨는 “빈패스트가 세계 3위의 가치를 지닌 자동차 제조업체가 됐다”고 전했다. 주가 급락, 위험성 등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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