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사람 구하기 어려웠다"
어린이 숨진 취수공간 문도 방치
'출입금지' 경고문구도 표시 안 해
유족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해야"
지난 1일 초등 6학년생이 수심 37㎝의 경북 울릉군 해수풀장 취수구에 팔이 낀 채 숨진 사고는 울릉군이 안전요원도 뽑지 않은 채 개장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로 드러나고 있다. 초등학생이 빨려들어 숨지게 한 취수설비는 장기간 문이 파손된 채로 방치,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이 나서 달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릉군은 지난달 18일 울릉군 북면 현포리 어린이 풀장 놀이터(해수풀장)를 개장하면서 안전요원을 뽑지 않고 운영에 들어갔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제15조의2(물놀이형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관리)에는 ‘관리주체는 어린이 안전을 위해 물을 활용한 물놀이형 어린이놀이시설에 물을 활용하는 기간 동안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울릉군은 안전요원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치하지 않았다.
울릉군 관계자는 “안전요원 없이 풀장을 운영한 건 잘못”이라면서도 “울릉군이 인구가 적은 섬이다 보니, 안전요원 자격을 갖춘 사람이 지역 내 2, 3명에 불과해 구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다. 울릉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 3년간 해수풀장을 폐쇄하면서, 시설이 망가져도 수리하지 않았을 정도로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숨진 초등학생이 발견된 취수설비 공간은 입구에 달린 작은 문이 망가져 있었지만, 풀장 개장 전까지도 떨어져 있어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다시 달아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수공간 주변이나 문에 '출입금지'를 나타내는 경고문도 없었다.
해수풀장 인근 한 주민은 “폐쇄한 풀장을 다시 개장한다면서 문도 고치지 않아 주민들이 보다못해 달았다”며 “코로나19 이후 울릉군이 (해수풀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숨진 초등학생의 유족은 “이번 사고는 울릉군 해수풀장의 설계와 설치, 운영, 사고 발생 후 대처 등이 부실해 발생한 인재”라며 법무법인을 통해 울릉군수 등 관련자를 고소했다.
법무법인 린은 "피해자 유족들은 울릉군수와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태도, 울릉군의 꼬리자르기식 대응으로 인해 경북경찰청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지난 25일 경북경찰청에 별도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울릉군 해수풀장이 순환펌프 취수구에 신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거름망이 설치되지 않았고 취수설비공간 출입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며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았고 사고 발생 직후에도 시설관리자가 없어 순환펌프 전원을 곧바로 끄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중이용시설에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만큼 울릉군수와 울릉군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군수와 해양수산과장, 안전도시과장, 물놀이시설 설치업자, 안전관리업자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공동정범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오전 11시 12분쯤 울릉군 북면 현포리 해수풀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A군이 물에 빠져 숨졌다. 사고는 지름 19m, 수심 37㎝인 원형풀장 가운데 있는 미끄럼틀과 물이 차면 아래로 떨어지는 워터버킷 등 물놀이 시설 아래에서 발생했다. 물놀이 시설 아래에는 물을 워터버킷으로 끌어올려 보내는 펌프 등 취수설비가 있다. 취수설비에는 문이 달려 있지만, 당시 잠겨 있지 않았다.
A군은 취수설비 아래쪽에 있는 직경 13㎝의 취수구에 팔이 낀 상태에서 발견됐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8일 울릉군 해양수산과를 압수수색해 관련 직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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