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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일본이 했는데, 왜 우리끼리 싸우나

입력
2023.08.3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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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던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난 모습. 빌뉴스=연합뉴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던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난 모습. 빌뉴스=연합뉴스

나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낸 건 일본이다. 30년 넘게 방류하기로 한 것도 일본이다. 오염수 방류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를 상주시키자는 한국의 요구를 거부한 것도 일본이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낸 것도 다름 아닌 일본이다. 일본은 사건 당사자이자 엄연한 책임자다.

그런데 왜 우리끼리 싸우는가. 여당은 야당의 오염수 공세를 "반국가적 행위"라고 규탄하고, 야당은 "윤석열 정권은 일본의 환경 범죄를 방조한 공동정범"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일본이 했는데, 막말과 비방은 우리끼리 주고받고 있다. 외신조차 "일본의 방류가 한국을 두 쪽(polarize) 내고 있다"(미 뉴욕타임스)고 꼬집었다.

12년 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는 인간이 어찌해볼 수 없는 자연 재앙이었다. 하지만 원전 사고는 운영사 도쿄전력의 안이한 대응에 따른 인재(人災)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자국민도 다 설득하지 못했다. 오염수 방류를 멈추라는 집회는 일본에서도 잇따른다.

일본 정부도 여러 기관에서 나온 '수치'와 '과학'을 앞세워 바다의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 언론조차 도쿄전력의 과거 이력 등을 문제 삼아 투명성을 의심하고 신뢰 부족을 지적한다. 애초 일을 낸 것도 일본이지만, 키운 것도 일본, 제대로 마무리 못한 것도 일본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쪼개지는가. 여당에 묻고 싶다. 해양 환경과 수산물에 미칠 악영향을 염려하고 꺼림칙해하는 마음들까지 왜 '비과학적'이라고 훈수를 두는가. 오염수가 4~5년에 걸쳐 우리 해역에 도달해도, 바닷물에 희석돼 그 영향이 미미할 거란 설명. 귀에 닳도록 들었고 이해했고 납득한다. '과학'을 믿고 '과학적 검증'을 믿는다.

하지만 방류 기간이 최소 30년 이상이다. 계속 감시하고 경계하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건 믿음 외 또 다른 우리 몫이다. 일본 어업조합연합회장의 말처럼 "과학적 안전과 사회적 안심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야당 행보 역시 답답하다. 수산물 소비 위축에 대한 별다른 대안도 없으면서, 지금이 오염수 방류 반대 캠페인을 밀어붙일 때인가.

다시 방류 당사자 일본의 책임을 묻는다. 일본은 인접국에 행정력 낭비와 비용 부담이라는, 일본인들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민폐(메이와쿠)를 끼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내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7,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짰다. 잘못은 일본이 했는데, 방사능 검사부터 어민 피해 대책까지, 온갖 비용은 우리가 지게 됐다.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도 모르는 이 엄청난 비용에 대해 일본이 언급한 걸 본 기억이 없다. 일본도 자국 어민 등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했지만, 주변 국가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끼리 싸울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일본과 자그마치 30년 치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생길 수 있는 문제와 피해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말아야 한다. 당사자 일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되 우리가 뒤집어쓰게 된 사회적 비용에 대한 외교적 조치도 고민해야 한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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