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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남한산성 마을 산사태 1년… "가을태풍 온다는데 늑장 복구 분통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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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남한산성 마을 산사태 1년… "가을태풍 온다는데 늑장 복구 분통 터져"

입력
2023.08.31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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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 주변 수해 복구 공사 올해 6월에야 시작
안전 난간 방치, 산성 아래 하천 축대 위태위태
도 "문화재 심의에 시간 걸려, 공사 95% 완료"
주민들 "가을태풍 오기 전에는 끝냈어야" 불안

2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마을에서 성남 방향으로 가는 도로 옆으로 수해복구공사용 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도로에도 일부 구간에만 낙석방지용 펜스가 설치돼 있다. 이종구 기자

2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마을에서 성남 방향으로 가는 도로 옆으로 수해복구공사용 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도로에도 일부 구간에만 낙석방지용 펜스가 설치돼 있다. 이종구 기자

장대비가 쏟아졌던 지난 28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면 검복리와 불당리. 남한산성 관광지에서 3, 4㎞ 떨어진 이 마을 입구엔 1년 전 산사태가 할퀴고 간 상흔이 여전했다. 파손된 안전 난간은 그대로 방치돼 있고, 작년에 쑥대밭이 됐던 산성 아래 소하천에도 일부에만 축대가 쌓여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농산물을 파는 이모(62)씨는 위태로워 보이는 소하천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거 봐라, 저거. 또 무너지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왕복 2차선 도로 일부가 파손돼 있고 그 옆으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이 도로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일부 구간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종구 기자

왕복 2차선 도로 일부가 파손돼 있고 그 옆으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이 도로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일부 구간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종구 기자

30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남한산성면 마을이 수해 피해 1년이 지나도록 복구공사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때 직격탄을 맞았다. 이틀간 450㎜의 비가 내려 대형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엄청난 양의 흙더미와 거대한 잡목들이 주택가와 마을 도로를 덮쳤다. 공공ㆍ사유시설 수십 곳이 파괴됐고, 주민 수십 명이 고립됐다.

이에 정부는 광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복구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광주시가 시행한 3곳의 산사태 재해피해복구공사(사업비 12억1,000만 원)와 하천 및 마을 안쪽 길 정비공사(10억 원)는 얼마 전 마무리됐으나, 경기도 건설본부가 시행하는 지방도(342호선) 주변 수해복구공사(10억 원)는 올해 6월에야 시작됐다. 실제로 피해 현장 인근에 6월 8일 수해복구공사 착공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남한산성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지방도로에 수해복구공사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현수막을 보면 산사태 피해를 입은 지 10개월 뒤인 6월에야 공사가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종구 기자

남한산성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지방도로에 수해복구공사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현수막을 보면 산사태 피해를 입은 지 10개월 뒤인 6월에야 공사가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종구 기자

경기도는 문화재 구역인 남한산성 관광지 특성상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를 받는 데 1, 2개월이 걸려 착공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최근 잦은 비로 공사를 못 하는 날이 늘어 마감 시한도 지난 6일에서 내달 13일로 한 달 이상 또 미뤄졌다. 도 관계자는 “주요 공정은 95% 이상 끝낸 상태”라며 큰 문제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주민들 심정은 다르다. 더구나 가을 태풍 북상 소식에 더 애가 탄다. 전용녀 검복리 마을 부녀회장은 “최소한 가을 태풍 기간 전엔 공사를 끝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남한산성에서 아래 마을로 내려오는 도로 옆 안전 난간이 넘어지거나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이종구 기자

남한산성에서 아래 마을로 내려오는 도로 옆 안전 난간이 넘어지거나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이종구 기자

좀 더 주변을 둘러보니 주민들 걱정에 수긍이 갔다. 도로엔 공사용 자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산사태가 발생해 폭포 같은 물길이 생긴 구간에도 일부만 토사 및 낙석 방지막이 설치돼 아찔했다. 지난해 산사태로 차량 2대를 폐차해야 했던 주민 김정삼(54)씨는 “응급 복구라 해놓고 산사태 발생 10개월 만에 공사를 시작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8월 산사태가 덮친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아래 불당리 마을 산비탈이 복구공사가 끝난 가운데 주변이 어수선하다. 이종구 기자

지난해 8월 산사태가 덮친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아래 불당리 마을 산비탈이 복구공사가 끝난 가운데 주변이 어수선하다. 이종구 기자

공사가 완료된 곳을 바라보는 주민들 마음도 편치는 않다. 산사태 절개지를 코앞에 둔 불당리의 한 주민은 “지난해 산사태로 없던 500~600m짜리 거대한 물길이 생겼다”며 “폭 5~10m짜리 토석류 방호책으로 30m 높이의 나무와 엄청난 양의 토사물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남한산성 아래 검복리 마을 주민이 지난해 수해피해 이후 아직 공사가 마무리 안 된 소하천 정비 공사 현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조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종구 기자

남한산성 아래 검복리 마을 주민이 지난해 수해피해 이후 아직 공사가 마무리 안 된 소하천 정비 공사 현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조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종구 기자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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