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차관보급 수출 정보 공유 협의 개최
장관급 협상 이어 실무협의로 대화 동력 확보
경제 제재 철회 등 극적 돌파구는 난망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수출 통제 정책을 두고 장관급 협의를 한 지 하루 만에 수출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대화를 시작했다. 첨단 반도체와 희귀 광물 수출 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악화했던 미중관계가 '갈등 조정' 국면으로 간신히 한 걸음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은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상무부 차관보급 협의를 열어 양국의 수출 통제 조치 정보 공유 문제를 논의했다. 전날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양국 무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차관급 협의 채널과 민간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실무 그룹을 구성한다"고 합의한 지 하루 만에 곧바로 대화 추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막연한 대화 넘어 공식 채널 확보"
미국은 지난 6월부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중국으로 보내 미중관계 개선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몬도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에 따른 미중 간 합의는 단절됐던 두 경제 대국 간 관계 회복을 위한 가장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29일 차관보급 협의에서 미국 측은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 제한, 갈륨·게르마늄 등 중국의 희귀광물 수출 통제 조치 등 최근 중국이 발표한 각종 제재 조치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몬도 장관은 방중 사흘째인 이날 중국 경제 라인 최고 지도부 격인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와도 연달아 회동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허 부총리를 만나 "우리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서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거나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허 부총리도 "러몬도 장관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됐다. 미국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택하길 희망한다"며 유화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 중국 제재 노선 자체는 유지
다만 실무 채널 개설 합의가 쌍방 간 제재 철회 또는 이완으로 이어질 공산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28일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언론에는 "국가 안보 문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미국의 고위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는 현재로선 협상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제재 정책 자체는 당장 수정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중국은 미국에 각종 제재 조치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2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러몬도 장관이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이종유 푸단대 미국학센터 교수는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대화하지 않는 것보다 대화하는 게 나은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이 당장 첨단 기술 수출 제한과 같은 돌파구를 만들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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