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2주째... 남부 전역에 확산
2011년 봉기 때 구호들 다시 등장해
"아랍연맹 복귀? 아사드의 승리 아냐"
13년째 계속된 내전이 사실상 정부군 승리로 귀결된 시리아에서 다시 반(反)정부 시위가 불붙고 있다. 독재에 항의하는 자국민을 독가스 등으로 살해해 '시리아의 도살자'로 악명 높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2주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아랍연맹(AL) 재가입을 신호탄으로 국제무대 복귀를 노렸던 알아사드 대통령으로선 민심의 내부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한 셈이 됐다. 이번 시위가 시리아에서 빼앗겼던 '아랍의 봄'을 되살리는 불씨가 될지 국제사회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권 지지 지역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남부 스웨이다주(州)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날 2주 동안 이어지며 이제 남부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시내 광장에 모인 시위대 수백 명은 "시리아여 영원하라! 알아사드는 물러나라!"를 외쳤다. 일부는 알아사드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포스터를 찢었다. 스웨이다의 주요 도로는 폐쇄됐고, 대중교통도 파업에 들어갔다. 공공기관 대부분은 문을 걸어 잠갔다.
전날 스웨이다 동부 지역에 있는 집권당 바트당 당사는 시위대에 의해 폐쇄되기도 했다. 한 시위자는 "알아사드 대통령에겐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며 "존엄을 지키며 떠나거나 죽을 운명"이라고 일갈했다.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인근 다라주에도 반정부 시위가 옮겨붙었다. 지난 25일 하루에만 여러 건의 시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당초 경제난으로 촉발됐다. 그러나 어느새 알아사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빠르게 양상이 바뀌었다. 특히 시위가 시작된 지역이 전통적으로 현 정부를 지지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는 게 가디언의 진단이다.
시민운동가이자 현지 언론 '스웨이다24'의 편집장인 라이언 마루프는 "전례 없는 시민 불복종이며, 스웨이다 지역 주류를 이루는 소수 종파 드루즈의 종교 지도자들과 공동체로부터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경제난으로) 소규모 시위를 벌였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시위대는 이제 (경제 개혁이 아닌)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개혁 아니라, 알아사드 퇴진 원한다"
스웨이다24가 공개한 현장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의 구호를 다시 외치고 있다.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 "시리아는 알아사드 가문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1971년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에 이어, 2000년 그의 아들인 바샤르 알아사드도 폭정을 이어가자 2011년 민심이 폭발했다. 독재에 맞선 반군은 당시 알아사드 정권을 전체 영토의 4분의 1에만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궁지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의 개입으로 전세는 곧 역전됐다. 13년간 이어진 내전의 결과, 현재 알아사드 정권은 영토 대부분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리아 국민 50만 명이 정부군에 의해 희생됐다. 시리아 경제도 초토화됐다.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치솟았고, 인구의 90%가 빈곤에 허덕이는 상태다. 원유와 전기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경제난 원인을 서방의 제재 탓으로 돌려 왔다. 그리고 지난 5월 아랍연맹 복귀를 계기로 국제적 고립에서도 벗어나며 집권 기반을 다지려 했다. 그러나 이번 반정부 시위가 정권에 실재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마루프는 "세계는 아랍연맹에 재가입한 아사드가 승리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합법적인 통치자인지 아닌지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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