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거래정지 처분 후 17개월 만에 재개
“매출 늘어 순손실 줄었다” 발표 하루 만에 급락
2년 전 대규모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져 중국 부동산 업계의 위기에 불을 붙인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의 주식거래가 거래정지 처분 17개월 만인 28일 재개됐다. 그러나 장중 주가가 87%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189억 홍콩달러(약 3조2,000억 원)가 증발했다.
홍콩 증권거래소(HKEX)에 상장된 헝다 주식은 이날 장중 한때 0.22홍콩달러에 거래되며 그 시가총액이 거래 중단 직전일인 지난해 3월 20일의 거래액인 218억 홍콩달러(약 3조7,000억 원)에서 29억 홍콩달러(약 5,000억 원)로 축소됐다. 헝다는 2021년 말 디폴트 선언 이후 주택 건설이 중단되고, 하도급 업체 공사 대금을 미지급하는 등 중국 부동산 업계에 위기를 불러왔다. 이 주식의 시가총액은 2017년 당시엔 4,200억 홍콩달러(약 71조 원)에 육박했다.
헝다가 최근 매출이 늘어난 덕에 올해 상반기 순손실 폭이 크게 줄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올해 헝다의 상반기 순손실은 330억 위안(약 5조9,901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고, 매출은 44% 증가한 1,282억 위안을 기록했다. 부채 규모 역시 지난해 말의 2조4,400억 위안에서 2조3,900억 위안(약 434조 원)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이번 주식거래 재개는 헝다에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약 317억 달러로 추산되는 해외 채무 재조정 계획에 부채의 일부를 주식연계상품으로 스와프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헝다 측은 해당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행된 후 나머지 대출기관과의 상환 연장 협상이 성사되어야 사업 지속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달 초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그러나 주가가 이처럼 폭락하며 계획 진행에도 차질이 생겼다. 홍콩 소재 UOB카이히안의 스티븐 렁 이사는 “향후에도 헝다의 운영과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 구매자들이 국영 개발 업체를 선호하는 추세고, 경기 부양 혜택도 받을 수 없어 헝다가 주택 판매로 부채를 상환할 희망은 희박하다”라고 지적했다.
헝다는 이날 당국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판매 재개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연초에 나타난 부동산시장의 단기 호황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고 언급했지만, 헝다의 외부감사인인 프리즘홍콩·상하이는 미래 현금 흐름 등 계속기업으로서 사업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이유로 감사의견을 세 번째로 유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