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만 되어도 "스카이서성한중경외시…" 순서를 줄줄 외운다. 이 순서를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순위는 대체로 각 대학이 학생 1인당 지원하는 교육비의 순서이기도 하다.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교육의 질 향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작금의 교육 문제는 사실 학교라는 조직의 시스템 문제다. 핵심은 한 명의 교사가 교실 안에서 모든 일을 담당해 온 구조적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선생님이 틈틈이 교무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업무를 보는 모습이 참 자연스러울 거다.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나서도 방과 후 교사를 선정하는 일이나 나이스 관련 업무는 물론이고 CCTV 관리 업무까지 한다.
반면 미국 학교 교사들은 오로지 수업과 생활지도만 하면 된다. 하다못해 출결 업무도 담당하지 않는다. 행정실에서 모든 출결 사항을 취합해 담임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교사가 결석한 학생에게 전화하느라 다른 학생의 수업까지 방해받을 수 있어서다.
정규 교사의 충원 없인 이런 교육은 불가능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사 대상 연수에서는 성공 사례를 많이 소개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방법이 유행이랍니다." 이제는 아무 얘기도 못하겠다. 통합교육의 힘, 다양한 학생들이 만들어나가는 교실의 크고 작은 기적들을 이야기하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집은 기둥이 무너지고 벽돌이 떨어져 나갔는데, 세간살이만 최고급 신제품으로 들여놓으라고 기만하는 것 같아서다.
인원만 보강되면 수많은 연구와 임상으로 효과가 입증된 대안들을 쓸 수 있다. 정원이 30명인 교실을 가정해 본다면, 특수교육 대상으로 진단받은 학생은 1명 내외, 특수교육 대상으로 진단받지 않은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학생은 4, 5명이지만, 난독증 등 기초학력 부진 학생, 정서행동장애 위험군까지 합하면 특별한 지원이 요구되는 학생이 10명이 넘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특수, 일반으로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며 모든 교실이 통합학급이라고 한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나아가 공격·자해행동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까지 포함하는 '정답'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말할 수가 없다. 학교 조직과 문화는 그대로 둔 채, 교사들의 업무만 가중시키는 결과가 불 보듯 훤해서다. 돈으로 이 세상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다지만,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면 정말 다행이라는 말도 있다. 전문성 있는 정규교사의 충원과 효율적인 배치, 이를 바탕으로 한 학교 차원의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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