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NS에 중국 도발 장면 8건 올려
전 행정부 '6년간 3건 공개'와 대조적
서구 세력 규합해 중국 비판·고립 의도
#. 남중국해 스플래틀리(중국명 ‘난사’)군도 인근 해상. ‘중국 해안경비대’ 문구가 새겨진 대형 함정 두 척이 물자보급선을 호위하는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의 진로를 가로막는다. 양측은 경고 방송을 하며 신경전을 벌인다. 얼마 후 서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다가서다 부딪힐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벌어진다.
지난 22일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속의 일촉즉발 상황은 이랬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 간 갈등을 생생하게 보여 준 장면이다.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에서 커지는 중국의 위협을 전 세계에 폭로함으로써, 중국을 고립시키고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당국 또는 정부 관계자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도발 관련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공개한 것은 올해 들어 8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해경 선박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필리핀 초계함을 향해 군용 레이저를 쏘는 장면(2월) △군인과 민병대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선박 42척이 필리핀 영해를 노골적으로 항해하는 모습 (3월) △중국 해경이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에 물 대포를 쏘는 모습(8월 5일) 등이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행정부가 임기 6년을 통틀어 중국의 도발 장면을 딱 3건만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친중파’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달리,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국 손을 잡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필리핀 정부의 SNS 폭로는 중국의 몽니를 세상에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을 외교 무대에서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필리핀이 중국의 괴롭힘을 전 세계에 폭로해 이들을 ‘왕따(bullying)’로 만들려 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국을 향해 ‘당신들의 행동은 불법’이라고 말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이런 견제구가 중국의 ‘마이 웨이’ 행보를 자제시켰다고 본다. 제이 타리엘라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중국의 국제적 평판에 손해를 끼치는 내용을 공개하면 중국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며 “필리핀이 동영상을 공개한 이후 일부 중국 선박은 자신의 행동이 녹화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 지역(남중국해)을 떠나거나 (도발) 전술을 바꿨다”고 말했다.
물론 필리핀의 ‘중국 억제’ 전략이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미지수다. 다만 서방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필리핀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미국과 호주는 25일 필리핀과 함께 남중국해에 인접한 필리핀 북서부 해안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세 국가는 조만간 남중국해 합동 순찰에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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