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증가에 베를린 필 역대 오케스트라 최고가 경신
조성진·임윤찬·랑랑 등 스타 협연자 총출동
지휘자 메켈레·넬손스·비치코프 첫 내한
세계 정상을 놓고 경쟁하는 베를린 필하모닉·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빈 필하모닉과 거장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안드라스 시프와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왕, 그리고 유자왕의 연인이기도 한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이끄는 무대까지. 세계 공연계의 중심 도시 뉴욕 카네기홀의 새 시즌 라인업이 아니다. 올가을 한국을 찾는 해외 음악가 목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유명 악단과 거장 연주자들의 투어 일정이 몰리면서 빼곡해진 공연 캘린더에 음악 팬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베를린 필·RCO·빈 필…내한 오케스트라만 10여 개
11월에 집중된 베를린 필과 RCO, 빈 필의 잇단 내한 일정은 연초부터 단연 화제였다. 6년 만의 내한이자 통산 일곱 번째로 한국 무대에 서는 베를린 필은 11, 12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2019년부터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잡는다. 페트렌코는 2017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을 이끌며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베를린 필과 더불어 '세계 최강 오케스트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RCO도 파비오 루이지의 지휘 아래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 만의 내한 무대를 갖는다. 투간 소키예프가 지휘하는 빈 필은 6일(롯데콘서트홀), 7·8일(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아울러 15, 16일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12년 만의 내한이자 2018년부터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 안드리스 넬손스의 첫 내한으로 관심을 모은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6·30일(예술의전당), 29일(세종문화회관), 12월 1일(롯데콘서트홀) 공연한다.
이에 앞선 10월에도 RCO 차기 수석 지휘자(2027년부터)로 선임된 20대 스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가 이끄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필하모닉(30일 롯데콘서트홀), 수석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가 이끄는 런던 필하모닉(7일 예술의전당)의 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은 24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다.
시프 vs. 플레트네프… 거장 솔리스트도 대거 내한
국내 음악 팬이 선호하는 연주자들이 꾸미는 실내악과 독주회 일정도 풍성하다. 내달 5일에는 11년 만에 한 무대에 서는 정명훈(피아노), 정경화(바이올린) 남매와 이들과 오랜 음악적 인연을 맺어 온 첼리스트 지안왕이 꾸미는 트리오 무대가, 10일에는 지휘자로도 유명한 미하엘 플레트네프의 4년 만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펼쳐진다. 10월 3일에는 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의 무대가, 11월에는 2일 첼리스트 요요마, 25일 피아니스트 유자왕의 리사이틀이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지난해 첫 내한 리사이틀의 예정된 프로그램에서 즉흥적으로 레퍼토리를 바꿔 연주해 화제를 낳았던 유자왕은 이번 공연의 주제를 아예 '베일에 싸인 프로그램'이라고 잡았다.
선뜻 지갑 열기 어려운 고가 티켓… 스타 협연자 총출동
관객은 넓어진 선택지가 행복하지만 각 기획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올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양음악(클래식)은 공연 건수로는 전체의 3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티켓 판매액은 지난해 대비 40% 가까이 늘었음에도 전체 5,000억 원 시장 중 7.1%인 345억 원에 불과했다. 시장 크기가 한정돼 있는 데다 환율·고운임 등으로 베를린 필이 최고 좌석 가격을 오케스트라 역대 최고가인 55만 원으로 책정하는 등 티켓값이 상향 평준화됐다. 따라서 명망 높은 해외 악단도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 협연자의 도움이 절실한 현실이다. 임윤찬(뮌헨 필), 조성진(베를린 필·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을 비롯해 손열음(도이치 방송), 김봄소리(취리히 톤할레) 등 국내 스타 연주자는 물론 랑랑(빈 필), 예핌 브론프만(RCO), 재닌 얀센(오슬로 필하모닉) 등이 주요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서는 이유다.
스타 연주자들과 같은 시기에 정기 공연을 올리는 국내 연주 단체의 고민은 더 깊다. 한 국내 악단 관계자는 "9월 공연을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11월 공연 홍보 문구를 지금부터 노출시키고 있고, 송년회 타깃 마케팅을 12월뿐 아니라 11월 공연에도 적용하는 등 다각도의 홍보 마케팅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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