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나에겐 꿈이 있다" 연설 60주년 당일
플로리다주 상점서 총기 난사... "인종차별 동기"
범인은 20대 백인 남성... 현장서 극단적 선택
미국 플로리다주(州) 잭슨빌의 한 상점에서 26일(현지시간) 20대 백인우월주의자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흑인 3명이 숨졌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며 주도했던 '워싱턴 행진' 6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린 이날, 공교롭게도 '흑인 증오 범죄'로 또 애꿎은 생명이 희생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쯤 잭슨빌의 할인 매장 '달러 제너럴'에서 20대 백인 남성이 총격을 가해 흑인 남성 2명과 흑인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용의자는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잭슨빌 보안관실은 총격범이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고, 나치 문양(스와스티카)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새겨진 'AR-15' 계열 소총과 글록 권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AR-15는 대규모 총격 사건에서 자주 사용되는 경량의 반자동 소총이다.
이번 총격은 명백히 흑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라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T.K. 워터스 잭슨빌 보안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총격은 인종차별적 동기에서 이뤄졌고, 용의자는 흑인을 미워했다"고 말했다. 실제 범인은 부모와 언론, 법 집행기관을 상대로 '흑인 혐오' 내용을 자세히 써 내려간 여러 성명서를 남겼다고 한다. 워터스 보안관은 "역겨운 증오의 이데올로기"라고 표현했다.
이날 오후 1시 18분 총격범은 아버지에게 "컴퓨터를 확인해 보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 성명서를 발견한 그의 부모는 오후 1시 53분 클레이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에 신고했다. 하지만 조치를 취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즈음 잭슨빌 매장에서 총격이 시작됐던 것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총격범을 향해 "겁쟁이의 길을 택했다"며 "그는 인종에 따라 범행 대상을 찾았고, 이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공화당 대선주자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학교와 직장에서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입에 올리지도 못하게 막는 법안을 지난해 4월 통과시킨 당사자다. CRT는 법과 제도가 흑인 차별을 초래한다는 이론으로, 공화당에선 "학교에서 가르쳐선 안 된다"며 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같은 날 워싱턴 링컨기념관에는 '워싱턴 행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민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킹 목사가 1963년 8월 28일 당시 25만 명 앞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통해 인종차별 철폐의 불씨를 댕긴 곳이다. 이날 연사로 나선 킹 목사의 장남 마틴 루서 킹 3세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후퇴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우리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이 매우 우려된다"고 현실을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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